최장 장마에 고추·참깨 생산량 급감…소매가 최대 74% 올라

by한광범 기자
2020.11.23 12:00:00

고추, 여름철 수해로 생산 23% 줄어
참깨, 생산량·재배면적 사상 최저
고랭지감자, 고지대 덕분 피해 적어

지난 8월 충북 충주 산척면의 한 참깨밭이 태풍과 장마 피해를 입어 토사로 뒤덮여 있다. 연합뉴스 제공.
[세종=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올여름 최장 장마와 태풍으로 인해 고추·참깨·고랭지감자 생산량이 크게 감소했다. 특히 기계화가 어려운 참깨의 경우 재배면적 감소와 수해 피해까지 이어지며 재배면적과 생산량이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2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고추·참깨·고랭지감자 생산량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고추 생산량은 6만76톤으로 전년(7만8437톤) 대비 23.4% 감소했다. 고추 생산량은 2017년(5만5714톤) 이후 가장 적다.

고추 생산량 감소는 이식기인 1~5월 가격약세로 재배면적이 줄어든 데다 여름철 장마·태풍 영향으로 수해·병충해가 크게 증가한 영향이다. 올해 이식기 도매시장에서 화건(상품) 1㎏ 가격은 1만3412원으로 지난해(1만9409원) 대비 30.9% 하락하며 재배면적은 지난해(3만1644㏊)보다 1.6% 줄어든 3만1146㏊를 기록했다.

또 7~8월 강수량이 작년(355.8㎜) 대비 2배 이상 많은 822.3㎜를 기록해 고추의 수해·병충해 피해율도 지난해 41.2%에서 올해 64.2%로 크게 상승했다. 이로 인해 10a당 생산량은 지난해 248㎏에서 193㎏으로 22.2% 감소했다. 생산량 감소는 급격한 소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건고추 화건(상품)의 600g당 소매가격은 2만1598원으로 전년 동기(1만2429원) 대비 73.8% 급등했다.

올해 참깨 생산량도 지난해(1만2986톤) 대비 절반 수준인 6795톤에 그쳤다. 참깨는 파종기(3~5월) 도매가격이 전년 대비 높아졌지만 기계농사가 어려운 참깨 농사 특성이 반영돼 재배면적이 2만2930㏊로 전년 대비 8.9% 감소했다. 참깨 생산량과 재배면적은 1985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저다. 통계청 관계자는 “기계화가 어려운 참깨 농사는 농가 인구 고령화와 맞물려 재배면적이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또 개화기와 수확 시기인 여름철 장마·태풍 피해로 인해 생산량은 크게 감소했다. 10a당 생산량은 지난해(52㎏) 대비 22㎏(42.6%)나 줄어든 30㎏에 그쳤다. 생산량 급감 여파로 소매가격도 급등했다. 지난 20일 기준 국내산 백색 참깨(상품) 500g당 소매가격은 1만7865원으로 1년 전 1만1355원 대비 57.3%나 급등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참깨는 날씨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농산물 중 하나”라며 “올해엔 꽃을 피우고 수확해야 하는 시기가 장마철과 맞물리며 피해가 컸다”고 말했다.

강원도에서 주로 생산하는 고랭지감자 생산량도 지난해(13만9676톤)보다 14.5% 줄어든 11만94441톤을 기록했다. 지난해 가격 약세가 올해 4~5월 파종기까지 이어지며 재배면적이 전년(3844㏊) 대비 11.8% 감소한 3390㏊를 기록했다.

여름철 장마·태풍 영향으로 10a당 생산량은 지난해 3634㎏에서 올해 3524㎏으로 3.0% 줄며 다른 작물에 비해 피해가 크지 않았다. 표고 600m 이상으로 높고 한랭한 지역인 고랭지 특성상 땅속에 물이 스며들지 않아 장마 피해가 적었다는 것이 통계청의 설명이다. 고랭지감자 전체 생산량의 99.3%는 강원도, 나머지 0.7%는 경북에서 생산했다.

다만 올해 봄감자 생산량 감소로 감자 가격은 급등했다. 봄감자 재배면적은 올해 전체 감자 재배면적의 76.3%로, 고랭지감자의 5배 수준이다. 올해 봄감자 생산량은 37만6349톤으로 지난해(46만5948톤) 대비 19.2%가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수미종 기준 감자 소매가격은 100g당 301원으로 전년 동기(222원) 대비 35.7% 올랐다.

연도별 참깨 재배면적 및 생산량 추이. 통계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