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속제도가 원인?"..통신사업자연합회, 인기협 주장 7가지 반박
by김현아 기자
2019.08.28 12:25:55
페이스북 판결 효과
인기협이 페이스북과 같은 주장 하자, 통신사업자연합회 공식 자료로 반박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페이스북이 방송통신위원회에 승소한 것은 인터넷접속제도(IX)가 잘못됐기 때문일까.
아니면 페이스북이 접속경로를 바꿔 이용자에게 피해를 줬지만 규제할 법적 체계가 미비하기 때문일까.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스타트업포럼, 구글, 네이버, 넷플릭스, 왓챠, 카카오, 티빙, 페이스북과 함께 내놓은 입장문에 대해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가 28일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인기협 주장 7가지에 대해, 하나 하나 사실과 다르거나 잘못된 해석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 사건은 힘 센 글로벌 콘텐츠 기업(페이스북)이 국내 통신사와 망 이용대가 협상을 하던 중에 맘대로 접속경로를 바꿔 페이스북 이용자의 인터넷 접속 속도를 지연시킨데 대한 책임을 문 것인데, 인터넷 기업들은 원인을 IX제도에 둔 반면, 통신사들은 IX제도와는 무관한 이용자 피해 사실이 핵심이라는 입장이다.
또한 양측은 ▲트래픽 기반 상호정산 제도로의 변화에 대한 생각 ▲무정산과 상호정산에 대한 국제 자료 신뢰성 ▲한국의 통신요금에 대한 인식차 ▲트래픽이 큰 콘텐츠 기업의 망 비용 분담시 이용자 요금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서도 상반된 주장을 했다.
인기협은 페이스북이 방통위를 이긴 것은 1심 법원이 ‘국내 인터넷 상호접속(IX)제도 변화에 따라 KT에 지불하는 망대가가 높아질 우려 때문이었음을 인정한 것’으로, 늘어난 망 이용대가가 페이스북이 이용자 피해를 일으킨 근본 원인이었다는 입장이다.
이에 통신사들은 법원 판단은 망이용대가 지급 여부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페이스북이 망대가 협상과정에서 맘대로 접속경로를 바꿔 이용자 피해가 발생했는데, 피해는 있지만 방통위가 적용한 제재 근거가 미흡했다는 게 핵심이라고 반박했다.
인기협은 페이스북이 접속경로를 바꾼 것은 2016년부터 바뀐 IX 제도때문이라며 이 때문에 망대가가 늘어나니 2016년 이전으로 돌아가 트래픽량과 관련 없이 무정산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통신사들은 핵심은 구글이나 넷플릭스, 페이스북 같은 극소수 대형 글로벌 CP의 ‘망 비용 회피’가 문제라는 입장이다. 이들은 대부분 과거뿐 아니라 지금도 망 비용(대가)를 내지 않아 ‘망 비용의 지속적 증가’와는 무관하다는 얘기다.
인기협은 정부가 세계에서 유례없는 상호정산 제도를 도입해 통신사가 망 비용을 지속적으로 상승시킬 수 있는 우월적 지위를 고착화시켰다는 입장이다.
통신사들은 유튜브 등의 트래픽량이 증가해 상호정산을 하게 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제도가 바뀐 뒤 대부분의 CP는 망 대가가 인상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런 논란을 줄이기 위해 프랑스 규제기관(ARCEP)이 하듯 주기적으로 CP가 지불하는 망 비용 및 관련 데이터를 정부가 받아 비식별 데이터로 공개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인기협은 PCH(Packet Clearing House)가 2016년 148개 국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99.98%의 인터넷협정이 무정산 방식이었으며, 오직 0.02%만이 우리나라처럼 상호정산방식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통신사들은 자료의 신뢰성을 지적했다. 모집단에서 트랜짓(중계접속, Transit)을 빼고 피어링(Peering)에 국한해 조사해 이를 근거로 99.98%가 무정산이라고 하는 것은 사실 왜곡이라고 비판했다.
(PCH 자료 원문에 ‘트랜짓 협정은 본 보고서의 대상이 아니’라고(Transit agreements have been widely studied and are not the subject of this report) 기술돼 있다. 트랜짓(transit)은 한쪽이 다른 쪽에 대가를 지불하고 망을 이용하는 형태이고, 피어링(peering)은 망 규모가 유사한 사업자간의 접속유형으로, 대가를 정산하지 않는 Free-peering과 트래픽을 많이 보내는 측이 대가를 지불하는 Paid-peering이 있다.)
인기협은 입장문에서 “한국은 이미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통신비 비중이 OECD 국가 최고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통신사들은 사실 왜곡이라는 입장이다. 인기협이 언급한 것은 2013년 OECD에서 발표한 자료인데 단말기 대금이 포함돼 있고 기준에 논란이 제기돼 OECD는 2015년부터 구매력 평가지수(PPP)로 기준을 변경해 발표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현재 기준으로는 이동통신(900call+2GB data 기준)의 경우 한국은 OECD 35개국 중 17위다.)
인기협은 “우리나라의 불합리한 망 비용 구조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IT 스타트업, 국내 CP, 글로벌 CP 모두 지속적으로 피해를 볼 것”이라고 밝혔다.
통신사들은 “네이버 등 국내 주요 CP의 망 비용 부담은 매출의 1.8% 수준에 불과하며, 대형 글로벌CP가 아예 망 비용을 내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라고 반박했다. 또 “스타트업 등 중소 CP를 위해 망 이용 부담를 완화시키기 위해 다양한 혜택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부연했다.
(네이버가 직접 밝힌 2016년 망 비용 734억원은 그해 연 매출(4조 226억)의 1.8% 수준이다.)
인기협은 “지금 같은 망 비용 구조가 개선되지 않으면 이용자들(일반 국민)은 혁신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천정부지의 비용을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통신사들은 “트래픽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트래픽을 많이 유발하는 CP가 망 이용대가를 안 내면 오히려 이용자의 통신요금 인상 우려가 커진다”고 반박했다.
특히 “대형 글로벌CP는 전체 트래픽의 30~40%를 점유하면서 막대한 수익을 가져가고 있는 반면 망 대가는 거의 안 내서 그 비용이 모두 이용자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