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아줄기세포 연구 재개? 업계는 성체줄기세포가 더 매력

by강경훈 기자
2016.07.12 14:32:18

줄기세포 치료제 모두 성체줄기세포 이용
제대혈, 지방 등 생명윤리 논란 없어
상용화까지 넘어야 할 난관 산재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연구가 7 년만에 국내에서 재개됐지만, 국내 바이오업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사실상 차의과대학 한 곳만 승인을 받았을 정도로 윤리적인 문제에 대한 규제가 까다로워 대부분의 줄기세포 연구기관과 기업은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한 연구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한 줄기세포치료제 업체 관계자는 “특정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윤리적인 문제에서 자유로운 성체줄기세포가 더 효율적”이라며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상용화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11일 차의과대학이 신청한 체세포 복제배아연구계획을 조건부 승인했다. 2009년 차병원 체세포 복제배아연구 이후 7년 만이다. 체세포 복제배아연구는 난자에서 핵을 제거한 후 체세포의 핵을 난자에 이식해 줄기세포를 만드는 방식으로 2005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황우석 사태 때 쓰였던 바로 그 방법이다.

줄기세포는 어떤 세포로 만드느냐에 따라 배아, 성체, 역분화(유도만능) 줄기세포로 나뉜다. 성체줄기세포는 골수, 지방, 제대혈 등 신체 부위에 있는 줄기세포를 배양하는 것인데 심근경색 치료용 하티셀그램이나 퇴행성관절염 치료제 카티스템 등 지금까지 나와 있는 줄기세포 치료제는 모두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해 만든다. 성체줄기세포는 어느 장기로 자랄지 이미 방향이 정해져 있다. 역분화줄기세포는 특정 세포의 유전자를 조작해 세포분화를 되돌려 줄기세포를 만드는 방법으로 줄기세포 없이도 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다. 이 두 방법은 생명윤리 논란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이에 비해 배아 줄기세포는 핵을 제거한 난자에 환자의 체세포 핵을 이식해 복제배아를 만드는데 뼈, 신경계, 뇌세포, 근육, 피부 등 모든 신체기관을 만들 수 있어 줄기세포 중 가장 효율성이 좋긴 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난자가 필요해 윤리적인 문제가 뒤따르게 된다. 난자를 얻지 못하는 한 배아 줄기세포 연구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희귀·난치병 치료 목적으로만 연구할 수 있고 △생명윤리법에 따라 사전에 복지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차의대 연구책임자인 이동율 교수는 “시신경 손상, 뇌졸중, 골연골 형성 이상 등 난치병 환자의 세포치료용으로 이용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차의대의 배아줄기세포 연구 승인도 △난자 획득이 합법적으로 이뤄졌는지 △기관생명윤리위원회가 적정하게 운영되는지 △인간복제 방지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등에 대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마련하는 조건으로 의결됐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차의대 체세포 복제배아연구 관리위원회’를 구성해 연구진행과정에서 난자 사용 전에 난자이용연구동의서를 작성해야 하고 기관생명윤리위원회가 제대로 운영되는지 직접 참관해야 하며 차의대는 연구에 사용된 난자와 배아의 폐기과정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복지부는 이에 대해 매년 현장 점검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