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황병서 기자
2024.11.12 14:00:38
코인 시세 조종 일당 103명 검거, 檢 송치
사위 범죄수익, 현금 사라지자 신고한 장인 `덜미`
“피해자 74%, 50대 이상…코인 지식 취약한 점 노려”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투자 리딩방을 통한 시세 조종으로 98억원을 가로챈 범죄조직이 검찰에 넘겨졌다. 기존 주식 리딩방 운영방식에 가상자산을 접목한 새로운 형태의 사기 수법으로, 고령·중장년층 등 가상자산에 대한 지식이 취약한 계층을 노려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파악됐다. 빼돌린 범죄수익을 몰래 맡아주던 총책의 장인도 검거됐는데, 그는 범죄수익금 일부가 없어지자 직접 절도 신고를 했다가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12일 오전 10시 서울 마포구 광역수사단 브리핑 룸에서 이러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없이 코인업체를 운영하며 시세를 조종해 피해자 168명에게 98억원을 속여 빼앗은 일당 103명을 사기 등의 혐의로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사기 및 범죄집단조직·활동 등 혐의를 받는 대표 A씨 등 2명은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또 이외에 수십억 원대 사기 수익금을 맡아 숨겨준 50대 남성 B씨도 범죄수익은닉 혐의로 구속 송치됐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30대인 A씨의 장인인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사위가 맡긴 범죄수익금 약 28억원을 보관하고 있었다. 그러다 지난달 14일 112에 “오피스텔에 있던 현금 8억원이 사라졌다”며 직접 신고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기 안양만안경찰서는 B씨가 자금 출처에 대해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등 수상한 낌새를 보이자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이후 서울청 금수대를 통해 B씨가 사위의 투자리딩방 사기 사건에 연루돼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B씨가 신고 직전 해당 오피스텔에 보관하고 있던 돈을 인근 다른 오피스텔로 옮긴 정황을 포착, 범죄수익을 압수하고 체포했다.
앞서 경찰은 이미 지난 3월께 ‘유사투자자문사로 신고 후 주식 리딩방 회원들을 상대로 가상자산을 판매하고 있는 업체가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집중 수사 경찰관서로 지정돼 전국 경찰서에 접수된 사건 150건을 병합해 수사에 돌입했다. 한 달이 지난 4월 초 피의자들의 본사와 주거지 등 11개소에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현금 17억원 및 명품시계 등 고가품 71점 등을 압수했고 피의자 104명을 특정, 검거했다.
일당은 가상자산 시세 조종행위와 미신고 가상자산중개행위로 주식 투자로 손실 본 회원에게 접근해 “해외거래소에 상장된 C코인을 재단 프라이빗 세일로 시세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고, 시작부터 300% 이상 수익을 볼 수 있다”고 속였다. 가상자산을 판매한 후 시세를 급등시켰다가 폭락시키는 수법으로 투자금을 속여 빼앗았다. 이 과정에서 가상자산 영업 매출을 처리할 페이퍼 컴퍼니(서류상 회사)를 별도 설립해 운영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코인은 1개당 100원에 판매됐다. 피해자들은 개인별로 평균 30만개(3000만 원)를 구매했다고 한다. 기준 시세는 한때 1184원까지 치솟았으나, 현재 2.7원으로 폭락한 상태다.
피해자의 74%는 50대 이상이었다. A씨 등은 가상자산에 대한 지식이 취약한 중장년과 고령층을 노려 범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피의자들은 벤틀리, 포르쉐 등 고가의 외제 차를 운행하고 명품시계, 가방, 고급 위스키 등 다수의 사치품을 구매해 국내 유명백화점에서 VVIP 등급을 부여받는 등 호화생활을 영위했다.
경찰은 불상자가 투자를 권유할 시 △가상자산 매매·중개 알선하는 자가 적법하게 신고된 가상자산 사업자인지 여부를 확인하고 △원금·고수익을 보장하는 투자권유에 대해 의심할 필요가 있다며 투자 과정에서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