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 대신 민생 경쟁…여야, 국회서 피켓·고성 않는다(재종합)

by경계영 기자
2023.10.24 15:33:27

국회의장-여야 원내대표 회동서 논의
윤재옥 "국회 개선에 공감"·홍익표 "새 문화 정착"
31일 尹시정연설, 野 참석…장외 피케팅만 할 듯

[이데일리 경계영 김범준 기자] 정쟁 대신 민생 챙기기 경쟁에 나선 여야가 24일 본회의장과 상임위원회 회의장에서 정쟁을 야기하던 피켓(손팻말)을 자제하는 ‘신사협정’을 맺었다. 회의장에서 서로를 향해 고성이나 야유도 하지 않는 데도 합의했다. 첫 시험대는 오는 31일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될 전망이다.

윤재옥 국민의힘·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각 당의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전날 국회의장-여야 원내대표 간 회동의 결과를 발표했다.

김진표(가운데) 국회의장과 윤재옥(왼쪽) 국민의힘·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회동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여야는 국회 본회의장과 상임위 회의장 안에 피켓을 들거나 내걸지 않는 데 뜻을 모았다. 대통령 시정연설은 물론 양당 대표·원내대표의 본회의 교섭단체 연설에서 상대 당을 향해 고성이나 야유를 하지 않기로 했다. 상대 당을 향한 고성이나 야유로 연설이 중단되거나 피케팅으로 회의가 파행되는 일이 있었는데 이를 막겠다는 취지다. 이번 정기국회만 해도 국방·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야당 의원이 피케팅해 국정감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회의 모두발언에서 “홍익표 원내대표와 만나 국회 회의장 분위기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국민께 국회가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고 여야가 지나치게 정쟁에 매몰돼 있다는 모습을 보이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이런 노력을 앞으로 지속적으로 함께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회의가 끝난 후 취재진을 만나 “(이번 합의는) 앞으로도 계속 유효하다”며 “법으로 규정을 만들 수도 없고 서로 합의된 것이니 앞으로 상임위 활동이나 본회의가 열릴 때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도 회의에서 “그동안 국회 본회의장이나 상임위 회의장에서 여야 간 좋지 않은 일로 국회가 파행되거나 고성이 오가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이를 바로 잡자는 취지”라며 “일종의 ‘신사협정’을 제안해 여야가 합의했고 국회에 새로운 문화가 정착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제안은 홍익표 원내대표가 먼저 꺼낸 것으로 전해졌다. 최혜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홍익표 원내대표가 직접 국회의장에게 제안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여야 합의는 31일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에도 적용된다. 지난해 민주당은 헌정 사상 최초로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불참했지만 이번엔 참석할 뿐 아니라 윤 대통령을 향해 고성이나 야유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여야가 합의한 범위에 포함되지 않은, 본회의장 밖에서 피케팅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올해는 (시정연설에) 참석한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라며 “장내에선 (피케팅을) 하지 말자는 것이지만 장외에선 당연히 그렇게 (피케팅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제원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KBS 사장 선임을 두고 여야가 서로를 향해 공격하는 피켓을 붙여뒀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