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노동단체 “朴 특사, 촛불민심 거스른 정치적 사면…철회해야”
by이소현 기자
2021.12.24 16:08:22
시민사회 “대선 앞둔 정치적 고려…선거개입하나”
양대 노총 “촛불 들었던 수많은 국민 뜻 반해”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시민사회와 노동계는 24일 문재인 대통령의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 결정에 강력 반발했다.
|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병 치료차 입원하기 위해 지난 7월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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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는 이날 ‘박근혜 정치적 사면 반대한다’는 성명을 내고 “대통령의 정치적 사면권 행사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박근혜의 탄핵과 사법처리는 촛불 시민들의 힘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대통령의 정치적 사면은 촛불 시민들의 의사에 반하는 것”이라며 “사회적 통합과는 거리가 멀고,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고려에 따른 사면”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박근혜는 ‘비선실세’가 국정에 관여하게 하고, 국가 예산인 국정원의 특수활동비 수십억 원을 유용했으며, 재벌들과 정경유착을 통해 수백억 원의 뇌물을 받아 22년 형이 확정돼 복역 중인 중범죄자”라며 “박근혜 자신이 국정농단과 정경유착 뇌물 범죄를 인정한 적도 없고 사과를 한 일도 없다. 건강상의 이유라면 형집행정지 조치를 검토하면 될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은 문 대통령의 이번 사면권 행사를 내년 3월 대선, 6월 지방선거를 고려한 선거개입으로 규정하고 철회를 요구했다. 경실련은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실형을 확정받고 만기 출소한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복권에도 “7억원이나 되는 추징금을 미납한 것으로 알려져 적절성 논란을 피할 수 없다”면서 “결국 다양한 정치 인사를 사면복권한 것은 대선을 앞두고 표심을 움직이려는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이라는 의심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대선 공약이었던 5대 중대 부패범죄 사면권 제한을 파기했다고 언급, “정치적 의도를 담아 추진한 사면으로 문 대통령은 ‘자신에게 표를 던졌던 국민의 기대를 스스로 저버렸다’는 역사적 평가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2017년 2월 1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촉구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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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도 문 대통령이 ‘촛불 민심’을 거슬렀다며 비판에 가세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논평에서 “추운 겨울 광장을 메우며 촛불을 들었던 시민의 위대한 정신·열망은 사라졌다”며 “문재인 정권이 ‘국민 대화합’ 운운하며 적폐의 상징을 풀어주는 이 상황에 분노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비선에 의해 움직이고 재벌 이익과 사익을 도모한 국정농단 주범의 특별사면을 누가 이해하고 동의하느냐”며 “특별사면의 이유가 ‘국민 대화합 차원’이라는 데 자괴감이 든다”고 비판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도 “형기의 절반도 채우지 않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은 누가 봐도 납득하기 어렵다”며 “그의 탄핵을 위해 촛불을 들었던 수많은 국민 뜻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촛불 민심으로 당선된 문 대통령이 국민 뜻을 저버리고 이 결정을 한 건 유감”이라며 “특별사면이 대통령 권한이라 하더라도 국민의 여론 수렴 과정도 없이 졸속으로 단행했다”고 비난했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등으로 징역 22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다. 이번에 신년 특별사면·복권 대상에 올라 4년 9개월 형기만 채우고 남은 17년3개월형은 면제받게 됐다. 현재 입원 중인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서 사면의 효력이 발생하는 31일 0시에 곧바로 석방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