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젠, 2012년부터 '삼성바이오'와 인연

by박미리 기자
2021.06.08 15:25:19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50%-1주'' 주주
삼성, 자가면역질환 바이오시밀러 유럽판매
1978년 노벨상 수상자 월터 길버트 주축 설립
''신경계 질환'' 강점 둔 세계 20위권 회사

[이데일리 박미리 기자] 첫 치매치료제 ‘아두카누맙’을 탄생시킨 바이오젠은 국내에서 삼성그룹과의 인연으로 친숙한 기업이다.

8일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따르면 바이오젠은 작년 말 기준 지분 ‘50%-1주’를 보유한 주주다. 나머지 지분인 50%+1주는 계열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가지고 있다.



양사의 인연은 약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삼성그룹은 5대 신수종 사업 중 하나로 ‘바이오’를 꼽으며 2020년까지 2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투자에 우선순위를 두기로 한 분야는 위탁생산(CMO)과 바이오시밀러였다. 이 계획에 따라 2011년 CMO 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2012년 바이오시밀러 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순차적으로 설립했다. 이 과정에서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 대주주로 합류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젠과의 합작을 결정한 것은 이 회사의 전문성과 경쟁력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 관계자는 “당시 송도에서 외국계 투자기업에 제공하는 혜택을 감안했고 바이오 사업 안착을 위해 초창기부터 전문성을 가진 회사와 협업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봤다”고 전했다.

바이오젠은 노벨상을 수상한 월터 길버트, 필립 샤프 박사를 주축으로 1978년 스위스에 설립됐다. 이후 2003년 미국 아이덱 파마슈티컬스와 합병하면서 몸집을 키웠다. 강점이 있는 분야는 ‘티사브리’, ‘플레그리디’ 등의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와 mRNA기반의 척추성 근위축증 치료제 ‘스핀라자’와 같은 신경계 질환 치료제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23.5% 증가한 134억4500만달러(약 15조원), 글로벌 20위권 회사로 성장했다.

삼성바이오와의 관계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밀접해지는 모습이다. 우선 주주로서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출범 당시 바이오젠의 보유 지분은 15%에 불과했다. 대신 바이오젠은 콜옵션(50%-1주)을 확보해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확대 여지를 열어뒀다. 이 ‘콜옵션’은 수년 째 지속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 중심에 있는 조건이다. 현 지분구도는 바이오젠이 2018년 콜옵션을 행사하면서 만들어졌다. 이후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삼성바이오로직스·바이오젠 공동 경영체제로 전환했다.

영업 측면에서도 양 측은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다. 바이오젠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바이오시밀러 3종의 유럽 판매를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바이오젠이 유럽에서 올린 해당 3종의 매출은 7억9600만달러(8600억원)다. 이번 ‘아두카누맙’ 승인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CMO를 맡을 가능성이 크다는 기대가 나오는 배경이다. 세계 알츠하이머 환자는 약 5000만명이라는 점에서 CMO 기업과의 계약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