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궁가' 재창조한 창극 '귀토'로 한바탕 웃고 가길"

by장병호 기자
2021.05.13 14:23:55

내달 2일 개막 앞둔 국립창극단 신작
고선웅 연출·한승석 음악감독 의기투합
"힘든 시기, 현실의 소중함 느끼고 가길"
재개관 앞둔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첫 작품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힘든 시기, 해학 넘치는 ‘수궁가’를 창극으로 재탄생시킨 ‘귀토’를 통해 관객이 한 바탕 밝은 마음으로 재미있게 보고 속이 후련해지면 좋겠다.” (유수정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국립창극단이 판소리 다섯 마당 중 하나인 ‘수궁가’를 새롭게 재해석한 신작 창극 ‘귀토-토끼의 팔란’(이하 ‘귀토’)을 오는 6월 2일부터 6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선보인다. 국립창극단 대표작 ‘변강쇠 점 찍고 옹녀’의 스타 연출가 고선웅, 소리꾼 한승석이 오랜만에 의기투합해 선보이는 기대작이다.

국립창극단 단원 민은경(왼쪽부터), 김준수, 유수정 예술감독, 고선웅 연출, 단원 유태평양이 13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온라인으로 진행한 신작 창극 ‘귀토-토끼의 팔란’ 기자간담회 이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국립극장).
유수정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은 13일 온라인으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코로나19로 우울한 가운데 ‘아비, 방연’ ‘트로이의 여인들’ 같은 작품을 올렸는데, 관객이 ‘공연을 보고 울고 간다’는 평을 남겨서 이번엔 밝은 작품을 준비했다”며 “리모델링을 마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의 첫 작품이기도 해 웃음 가득한 ‘수궁가’를 창극 ‘귀토’로 선보이게 됐다”고 밝혔다.

‘수궁가’는 용왕을 모시는 충직한 신하인 자라 별주부와 별주부의 꾐에 넘어가 수궁에 온 토끼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귀토’는 ‘수궁가’ 중에서 토끼가 육지에서 겪는 갖은 고난과 재앙인 ‘삼재팔란’에 주목해 색다른 재해석을 선보인다. 제목은 ‘거북과 토끼’(龜兎)를 뜻하는 동시에 ‘살던 땅으로 돌아온다’(歸土)는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

유수정 예술감독은 “2014년 ‘변강쇠 점 찍고 옹녀’ 때 고선웅 연출, 한승석 음악감독의 ‘케미’가 보통 잘 맞는 게 아니었다”며 “지금까지도 사랑 받는 작품을 만들어준 두 분을 다시 모시고 싶었고, 이번에도 진짜 잘 어울리는 ‘케미’를 보여주고 있다”고 창작진을 소개했다.



극본도 직접 쓴 고선웅 연출은 “팬데믹으로 모두가 힘들고, 공연이 관객과 만나는 것도 쉽지 않은 시기에 ‘수궁가’를 창극으로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지를 고민했다”며 “불평도 불만도 많고 화도 많은 현실이지만, 오히려 지금 내가 있는 이곳이 나에게 딱 맞는 소중한 터전이라는 이야기를 토끼가 팔란을 겪는 과정을 통해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국립창극단 신작 ‘귀토-토끼의 팔란’에서 토녀 역을 맡은 민은경(왼쪽부터), 자라 역의 유태평양, 토자 역의 김준수(사진=국립극장)
국립창극단의 간판인 단원 김준수, 유태평양이 각각 토끼 토자(兎子)와 자라 역을 맡는다. 단원 민은경은 원전에는 없는 토끼의 여자친구 토녀 역으로 출연해 신선함을 더한다. 유태평양은 “연출님이 연습하는 동안 웃음이 터져 진행이 잘 안 될 정도로 대본을 재밌게 써주셨다”며 “너무 사실적인 연기를 하지 말라고 해 캐릭터와 나 사이의 경계를 찾아가며 열심히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리모델링 공사를 거쳐 오는 9월 정식 재개관을 앞두고 6월부터 시범 운영에 들어가는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의 첫 작품이다. 고선웅 연출은 “극장이 너무 예쁘고, 리프트 장치도 있어서 이번 공연에서 적절히 이용할 것”이라며 “새로운 극장 분위기에 잘 어울리도록 물 흘러가듯 자연스럽게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직접 와서 공연을 보면 좋을 것 같다”고 새 단장을 마친 해오름극장에 대한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번 공연에는 김준수, 유태평양, 민은경 외에도 허종열, 김금미, 윤석안, 최용석 등 국립창극단 전 단원을 포함한 53명의 출연진이 무대에 올라 깊이 있는 소리와 익살스러운 유머를 선보인다. 티켓 가격 2만~7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