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제주 영리병원 사업계획서는 엉터리…허가 철회해야"

by조해영 기자
2019.03.13 11:10:34

자체 입수한 사업계획서 내용 분석 기자회견
"유사사업 경험 부재와 국내 기관의 우회진출 확인"
"하루빨리 허가 취소하고 공공병원으로 전환해야"

제주영리병원 철회 및 의료민영화 저지 범국민운동본부가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제주영리병원 사업계획서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조해영 기자)
[이데일리 조해영 기자] 시민사회단체가 국내 최초의 영리병원인 제주 녹지병원의 사업계획서 일부를 공개하고 △유사사업 경험 부재 △국내 의료기관의 우회진출 △외국인 관광객 진료 조건 등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제주영리병원 철회 및 의료민영화 저지 범국민운동본부(영리병원저지범국본)는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체 입수한 제주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앞서 지난 11일 제주도는 사업계획서 일부를 공개한 바 있다.

영리병원저지범국본은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영리병원 개설 허가의 필수 요건인 사업시행자의 유사사업(의료) 경험을 증명할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제주특별자치도 보건의료 특례 등에 관한 조례 16조에 따르면 사업시행자는 유사사업 경험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사전심사에서 제출토록 하고 있다.

변혜진 건강과대안 상임연구원은 “사업계획서 74쪽에 따르면 녹지그룹은 부동산·에너지·금융·호텔업·건축업을 한다고만 돼 있다”라며 “병원 유사사업 경험을 증명하는 자료가 하나도 없는 사업계획서가 보건복지부에서 승인되고 제주도지사에 의해 허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녹지그룹의 해외 영리병원 네트워크에 국내 의료기관이 우회 진출한 사실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변 연구원은 “네트워크에 포함된 중국의 BCC와 일본의 IDEA의 산하 병원에는 강남의 유명 성형외과·피부과 의사들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변 연구원은 “제주도가 공개한 사업계획서에는 BCC·IDEA와의 업무협약서가 빠져 있는데 여기에는 BCC·IDEA가 병원의 의료진 채용과 운영 지원 등 실질적 운영을 책임진다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영리병원저지범국본은 녹지병원이 내국인 진료 허용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것 역시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녹지그룹은 지난달 제주도를 상대로 내국인 진료 제한을 풀어달라는 내용의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변 연구원은 “녹지그룹은 사업계획서 전반에서 진료 대상을 외국인 관광객으로만 하겠다고 매우 강조했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송을 제기한 것은 근거가 없고 정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들은 “모든 논란을 만든 보건복지부와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관련 소송에 책임을 져야 한다”라며 “녹지병원 측이 자신이 낸 사업계획서에 반해 허가에 불복한 점을 문제제기하고 허가 취소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석운 영리병원저지범국본 공동대표는 “범국본이 여러 차례에 걸쳐 문제를 제기해온 것들이 사실이라는 것이 낱낱이 밝혀진 만큼 국민을 기만하며 거짓말을 해온 책임자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라며 “하루빨리 허가를 취소하고 녹지병원 부지와 건물을 공공병원으로 전환하기 위한 실질적인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