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서 71번째 생일 맞는 양승태, 구속 후 첫 檢 소환(종합)

by이승현 기자
2019.01.25 13:44:42

檢, 통진당 사건 배당조작·정치인 재판청탁 의혹 등 조사 계획
서울구치소 독방 배정…변호인 접견해 검찰수사 대비
26일 구속상태서 생일 맞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양승태(71) 전 대법원장이 구속된 다음날인 25일 첫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구치소에서 생일을 보내게 될 양 전 원장은 앞으로 최대 20일간 검찰 수사를 더 받아야 한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는 전날 새벽 경기 의왕시의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양 전 원장을 이날 오전 검찰로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1948년생인 양 전 원장은 다음날인 1월 26일 71번째 생일을 맞는다.

검찰에 따르면 양 전 원장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소 송 개입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 소송 개입 △헌법재판소 및 검찰 내부정보 유출 △법관 사찰 및 인사 불이익 △공보관실 운영비로 비자금 3억5000만원 조성 등에 직접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법원은 양 전 원장에 대해 혐의 대부분이 소명되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전날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이에 더해 양 전 원장이 통합진보당 사건 전산배당 조작 의혹과 임종헌(59·구속기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관여한 정치인들의 재판청탁 의혹 등에 연루됐는지도 확인할 방침이다. 정치권 재판청탁 의혹에는 다수의 전·현직 국회의원들이 거론되고 있어 사법부 수장이었던 양 전 원장이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최대 20일간의 구속 기간에 양 전 원장을 수차례 소환해 아직 수사하지 못한 혐의를 추궁할 방침이다.

앞서 양 전 원장은 구속 전 3차례의 검찰 조사에서 “기억이 잘 안 난다”거나 “실무자가 한 일이다”며 주요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에 따라 양 전 원장이 구속 후 심경변화를 일으켜 혐의를 일부 인정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다만 법조계에선 양 전 원장이 검찰 수사에 대한 불만으로 사실상 진술을 거부하는 태도를 유지할 거란 관측이 우세하다. 지금 혐의를 인정해도 이미 구속된 상황에선 실익이 없는 만큼 기소 이후 법정에서 검찰과 본겨적인 공방을 벌일 거라는 전망이다. 임 전 차장의 경우 지난해 10월 구속된 이후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며 검찰 수사에 전혀 협조하지 않고 있다.

교정당국에 따르면 양 전 원장은 서울구치소에서 6.56㎡(약 1.9평) 규모 독방을 배정받았다. 일반 수형자들이 머무는 독방 크기와 같다고 한다. 같은 구치소 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독방(10.6㎡·3.2평) 보다는 작은 편이다. 방에는 TV와 거울, 이불·매트리스 등 침구류, 식탁 겸 책상, 사물함, 싱크대, 청소용품 등이 비치돼 있다.

미결수용자 신분인 양 전 원장은 수인번호가 적힌 연한 갈색 수의를 입고 생활한다. 교도관들은 이름 대신 수인번호로 그를 호칭한다. 양 전 원장은 검찰에 소환될 때도 갈색 수의를 입는다.

양 전 원장은 전날 최정숙(52·연수원 23기) 변호사 등과 접견해 검찰 수사에 대비하는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용자 접견 접수는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공휴일과 일요일을 제외한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가능하다. 미결수의 경우 하루 1번으로 접견을 제한하지만 변호인 접견은 횟수에 제한이 없다.

검찰은 구속기간 만료일인 다음달 12일 전까지 양 전 원장에 대한 추가조사를 마치고 재판에 넘길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