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코웨이 정보유출 연루돼 곤혹

by임일곤 기자
2013.02.13 16:41:25

LG 위탁판매사, 코웨이 고객정보 빼돌려 판촉활동
LG전자 "직접 관련없다" 해명

[이데일리 임일곤 기자] 정수기 시장에 뛰어든 LG전자(066570)가 공교롭게도 경쟁사의 고객정보 유출 사건에 연루돼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LG전자는 직접 관련이 없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이 강조되고 있는 터여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경기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13일 고객 개인정보를 빼내 경쟁사 제품 위탁판매업자에게 넘긴 혐의로 전 코웨이 직원 김 모씨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 아울러 김씨로부터 고객 정보를 넘겨받아 판촉활동을 펼친 정수기 위탁판매 업체 H&C 일렉트로닉 대표 등을 불구속 입건했다.

H&C 일렉트로닉은 LG전자와 지난해부터 정수기 판매 위탁 계약을 맺고 LG전자 제품 판촉 활동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코웨이 고객에 전화를 걸어 LG 제품으로 갈아타라고 권유하는 방식을 쓴 것이다. 이를 통해 H&C 일렉트로닉은 LG전자 정수기 위탁 판매법인 8곳 가운데 판매실적이 가장 좋은 것으로 전해졌다.

LG전자측은 H&C 일렉트로닉이 자사 정수기를 위탁 판매하는 것은 맞지만 LG전자가 이번 고객정보 유출 사건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이번 사건으로 자사 이미지가 나빠져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LG전자 말대로라면 위탁판매 업체가 자발적으로 코웨이의 고객 정보를 빼돌리는 불법 행위를 통해 영업을 했다는 것이고, LG전자는 이를 지시하거나 종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관련 업계에서도 정황상 LG전자가 위탁 판매 업체의 불법 행위를 방조한 것 아니냐는 의혹만 있을 뿐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LG전자가 위탁판매 업체를 통해 제품을 팔아 이익을 거뒀음에도 불법 행위에 대해 발뺌하는 것은 LG답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올 법하다. 비슷한 사례를 애플과 위탁생산업체인 폭스콘에서 찾을 수 있다. 애플은 폭스콘 중국 공장에서 발생한 노동 착취 문제에 대해 책임을 지고 근로 환경의 대대적인 변화를 추진한 바 있다. 애플은 폭스콘과 협력관계를 맺는 정도이나 이 곳에서 발생한 문제만큼은 모른척 넘어가지 않았다.

LG전자가 중견· 중소기업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정수기 시장에 진출한 것 역시 대기업답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 정수기시장은 코웨이를 비롯한 중견·중소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다. 코웨이는 전체 시장에서 약 50%의 점유율로 1위를 기록하고 있고 이어 청호와 교원 등 순이다. 후발주자인 LG전자는 점유율 5~11%에 그쳐 이들에 밀린다.

한 정수기 관련 업체 관계자는 “위탁 계약을 맺은 곳의 불법 행위에 대해 전혀 관련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라며 “대기업에 걸맞은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