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 형제의 난)신용등급에 미칠 영향은

by이학선 기자
2009.07.28 20:03:28

신평사 신중모드.."입장 표명 단계 아니다"
계열분리 등 경영경 변화 가능성 예의주시

[이데일리 이학선 이태호기자] 신용평가사들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오너 일가 퇴진이 그룹 신용등급에 미칠 영향에 대해 비교적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오너 일가 퇴진이 그룹 재무구조나 현안인 대우건설 매각 등에 미칠 영향을 속단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하지만 이른바 `왕자의 난` 이후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이 계열분리된 사례가 있어 이번 형제간 경영권 다툼이 그룹 지배구조 변화로 연결될 가능성에도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이 경우 채무를 누가 떠안느냐에 따라 그룹의 신용등급이 변경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기업평가, 한신정평가, 한국신용평가 등 국내 신평사들은 28일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오너 일가 퇴진이 신용등급에 미칠 영향에 대해 "현재로선 구체적인 입장을 표명할 단계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기평 관계자는 "오너 중심체제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갈 경우 대우건설 매각 등이 계획대로 추진되느냐가 현재로선 우선적인 관심사"라며 "지금은 사건의 경과와 자구안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신평 관계자도 "내부사정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아 뭐라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며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당장 재무구조에 큰 변화를 초래하는 것이 아닌 만큼 우선 사건의 추이를 관찰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신평사들은 현재 금호산업의 신용등급을 `하향검토` 대상에 올려놓고 있다. 대우건설은 신용등급의 방향을 판단하기 어려울 때 붙는 `미확정검토` 대상이다.

따라서 이번 오너 일가의 퇴진이 그룹 재무구조 등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면 금호산업(002990)과 대우건설(047040) 신용등급이 우선적으로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오너 일가 퇴진이 그룹의 계열분리로 이어질 때는 상황이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

지난 2000년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이 계열분리된 이후 당시 A0 등급이었던 현대상선(011200)은 BBB-까지 떨어졌다. 현대상선은 계열분리 이전 신용등급을 회복하는데 무려 8년의 시간을 보냈다. 계열분리 전 A3+였던 현대엘리베이(017800)터 역시 분리 이후 3년간 그보다 한단계 낮은 등급(A3)으로 받아야했다.

현대차(005380)도 계열분리를 전후해 극심한 등급변동을 겪었다. 당시 BBB+였던 현대차는 A-로 오른 뒤 다시 종전 등급(BBB+)으로 돌아갔고 한때는 BBB-까지 떨어졌다. 이후 신용등급이 오르긴 했으나 계열 분리를 전후한 지난 2000년은 현대차 신용등급이 격랑이 휩싸인 대표적 한해였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