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비서실장에 유영민 전 과기부 장관.. 기업들도 '소통' 기대감

by김현아 기자
2020.12.31 14:08:32

불통 노영민 대신 소통맨 유영민 발탁
기업인 출신 정치인..조직장악력과 소통능력 탁월
30년 LG맨..문 대통령과 오랜 인연 '상상, 현실이 되다'책도 주목
디지털 경제전환에 도움될 것..포용력도 기대감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018년 2월 22일 오전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이데일리 퓨처스포럼에 참석해 ‘5G로 열어가는 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임 비서실장으로 유영민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69)을 임명하면서 집권 후반기 정치권은 물론 기업들과도 적극적인 소통이 가능해질까 기대감이 크다.

유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 초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으로 일할 때 공무원 조직에 대한 장악력은 물론 여야를 가리지 않는 소통 행보가 좋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국감장에서 “8.15 광복절 집회 주동자들은 살인자”라고 규정해 막말 논란에 휩싸였던 고집스러운 노영민 전 비서실장과 다르다.

또한 적지 않은 나이에 걸 맞는 중량감과, 30년 가까이 LG 그룹에 몸담은 인연으로 기업인들의 처지를 이해하는 정치인으로 평가된다. 그는 지난 총선에서 해운대구 갑 후보로 출마해 낙선했다.

재계 관계자는 “유 전 장관은 관료가 아니라 기업인 출신 정치인”이라면서 “과기정통부 장관 시절에도 기업인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해온 만큼 집권 후반기에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 된 부동산이나 검찰개혁보다는 방역, 민생, 경제로 나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영민 신임 비서실장은 1951년 부산에서 태어나 동래중, 동래고, 부산대 수학과를 졸업한 뒤 LG전자에 입사해 LG CNS 부사장,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장, 포스코경영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을 지냈다.

문 대통령과는 LG그룹 고위 임원을 통해 인연을 맺었으며, 그가 2014년 차원용 아스팩미래기술경영연구소 소장과 함께 쓴 ‘상상, 현실이 되다’를 문 대통령이 좋아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IT 업계 관계자는 “대통령이 국가 비전으로 제시한 디지털 뉴딜을 이해하는 분이 비서실장이 됐으니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고, 과기정통부 고위 관계자는 “워낙 ICT와 과학에 대해, 과기정통부에 대해 잘 아시니 기대감이 크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대통령의 아들인 미디어아트 작가 문준용 씨를 둘러싼 지원금 수령 등 여러 논란으로 문 대통령이 경험이 많고 따뜻한 유 전 장관을 비서실장으로 발탁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유 전 장관은 LG CNS 근무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 아들인 노건호 씨를 살뜰히 보살핀 것으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너무 오래 LG에서 근무한 인연으로 특정 기업에 쏠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는 게 사실이나, 과기정통부 장관 시절의 행보를 보면 그럴 가능성은 거의없어 보인다.

유 전 장관은 ‘5G 장관(오지 장관)’이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2019년 4월 3일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밀어붙였는데, 당시 LG전자가 퀄컴 칩 수급 문제로 5G 단말기를 개발하지 못한 상황이었지만 4월 3일로 상용화 일정을 앞당겨 세계 최초 타이틀을 거머줬다.

그리고 이는 삼성이 단말기뿐 아니라 글로벌 5G 통신장비 시장에서 한동안 1위 자리를 차지한 결과를 낳았다. 당시의 정책 결정은 초기 5G 품질 불안 논란을 낳기도 했지만, 국내 중소 통신장비 업계의 수출길을 열어주는 등 경제적 성과는 무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