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언유착 첫 재판, 채널A 前기자 "유시민 겨냥 아냐…공익목적"

by남궁민관 기자
2020.08.26 11:46:20

이동재 전 기자, 신라젠 관련 취재 과정에서
이철에 檢 관계 강조하며 여권 인사 비리정보 취재
강요미수 적용했지만 "불이익 고지한 적 없어" 반박
후배 백모 기자도 "상부 지시 따른 것뿐" 혐의 부인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이른바 ‘검언유착’을 통해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를 협박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특정 정치인의 비위 사실을 취재하려 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첫 재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 전 기자 측은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박진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강요미수 혐의에 대한 1차 공판에서 “취재는 공익목적으로 이뤄졌고, 유 이사장 등 특정 정치인을 겨냥한게 아니다”라며 “(이 전 대표에게) 채널A에 제보를 하면 도와줄 수 있다고 제안했을 뿐 제보하지 않았을 때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내용은 없다”고 주장했다.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지난달 17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구체적으로 이 전 기자 측은 “유 이사장이 강연했던 부분이 있기 때문에 강연료에 대한 여러 언론보도가 있었고, 제기된 의혹을 따라가며 취재를 했던 것에 불과하다”며 특정 정치인을 겨냥했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반박하고 나섰다.



직접적 혐의인 강요미수와 관련해서도 “신라젠에 대한 수사팀이 결정됐기 때문에 공소사실에 언급된 내용은 누구나 예상 가능한 것으로, 이 전 기자가 수시팀을 움직일 수 있는게 아니라 예상된 상황을 언급한 것에 불과하다”며 “수사가 예상되는 가운데 이익만 제시했고 불이익을 고지한 사실 자체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전 대표가 수감 중이었기 때문에 이 전 기자가 언급된 내용이 여러 단계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와전되고 과장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이 전 기자의 후배 백모 채널A 기자 역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백 기자 측은 “백 기자의 경우 당시 1년 6개월차 법조팀 막내 기자로 본인이 맡은 신라젠 취재 업무 과정 중간중간 상부의 지시에 따라 이 전 기자를 도운 것일 뿐 이 전 기자와 공모는 전혀 없었다”며 “큰 틀에서 이 전 기자가 어떤 취재를 하고 어떻게 취재원을 접촉하고 편지를 어떻게 보냈는지 등은 모두 사후에 들어서 안 것으로, 그 내용을 들었다는 이유로 공범이라고 처벌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 전 기자와 백 기자가 올해 2~3월 이 전 대표에게 자신들이 검찰 고위층과 긴밀히 연결돼 있어 유 이사장 등 여권 인사의 비리정보를 진술하지 않으면 신라젠 수사와 관련 이 전 대표 및 가족들이 중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는 취지로 협박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이같은 불법적 취재 사실이 타방송사인 MBC로부터 취재를 당하자 중단해 강요미수 혐의를 적용했다.

이 전 기자와 백 기자의 2차 공판은 다음달 16일 오전 10시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