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짓고 방치되고…3년간 전국 165곳 습지 훼손돼

by박일경 기자
2019.01.03 12:00:00

74곳 소실, 91곳 면적 감소
개발·건축 등 인위적 요인 90%
환경부, 자연자원총량제 도입 추진

주요 훼손습지의 훼손 전·후 비교. (자료=환경부)
[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환경부는 국립환경과학원 국립습지센터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전국 1408곳을 대상으로 습지 실태를 조사한 결과 74곳의 습지가 소실되고 91곳은 면적이 감소하는 등 총 165곳 습지가 훼손됐다고 3일 밝혔다.

소실된 습지 74곳을 지역별로 보면 △경기 23곳 △충청 21곳 △강원 13곳 △전라 12곳 △제주 3곳 △경상도 2곳으로 확인됐다. 면적이 감소된 습지 91곳은 △전라 52곳 △경기 19곳 △경상 12곳 △강원 8곳 순이었다.

이번 조사에서 훼손이 확인된 165곳의 습지 가운데 약 90%(148곳)는 논·밭, 과수원 등 경작지로 이용하거나 골프장 조성, 도로와 같은 시설물 건축 등 인위적 요인에 의한 훼손으로 파악됐다. 습지가 자연적인 요인에 의해 초지나 산림으로 변한 경우는 10%(17곳)에 불과했다.

예컨대 경기도 양평군에 위치한 문호천 수대울 하천습지는 지난 2013년 원시 자연적인 상태로 잘 보전돼 있었으나 2016년부터 2018년까지의 하천정비 사업 후 나대지로 방치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환경부는 습지조사를 계기로 습지보전정책을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습지보전법’에 따른 습지보호지역(총 45곳)으로 지정되지 않은 내륙습지 대부분이 무분별한 개발압력에 노출돼 있음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앞으로 개발 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협의할 때 사업부지에 습지가 포함된 사업의 경우 중점평가 대상에 포함시켜 습지 훼손을 최소화한다. 훼손이 불가피한 경우는 이에 상응하는 신규 습지 조성을 유도할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시행하고 있는 습지총량제와 같이 습지의 훼손을 근본적으로 사전예방하기 위해 ‘자연자원총량제’ 도입을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자연자원총량제는 국정과제의 하나이며 현재 제도 도입을 위한 시범사업 및 ‘자연환경보전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이 밖에도 습지의 가치가 과소평가되는 경향에 대응하기 위해 습지의 생태계서비스, 즉 습지가 인간에게 제공하는 혜택을 정량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정책결정 등에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유승광 환경부 자연생태정책과장은 “습지는 생물다양성의 보고이자 인간에게 수자원 공급, 온실가스 흡수, 경관과 문화적 가치 창출 등 다양한 생태계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공간”이라며 “미래세대에게 습지의 다양한 혜택을 온전히 물려주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개발사업 전·후의 습지 등 자연자원 총량의 변화를 산정 및 평가해 훼손된 총량만큼 사업부지 내·외에 상쇄 또는 대체하거나 보상이 어려울 경우 그에 상응하는 복원비용을 부담하는 제도로 일종의 ‘생태가계부’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