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여사장의 性이야기](16)성인용품 강권은 폭력이다
by채상우 기자
2016.03.18 16:22:51
[최정윤·곽유라 플래져랩 공동대표] 파트너가 있는 사람들에게 섹스는 큰 즐거움을 주기도 하지만 때론 고통의 원인이 된다. 성행위 없이도 만족스러운 생활을 이어가는 커플들도 있으나 많은 이들이 상대방과 육체적 긴밀함을 원하면서도 뭔가 잘 맞지 않을 때 고민에 빠진다.
연인 혹은 부부 사이에서 상처가 되는 섹스 중 하나는 ‘없는 섹스’다. 서로 원하는 바가 달라 섹스를 포기한 채 관계는 이어나가는 섹스리스. 원인은 다양하다. 파트너에 대한 실망이 성행위 거부로 이어지기도 하고, 더는 파트너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지 못해 섹스에 흥미를 잃기도 한다. 아니면 한쪽이 성욕이 없거나 성에 관한 관심이 미미한 예도 있다. 그건 타고난 것일 수도 있고, 성감이 개발되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섹스를 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인지한 커플의 경우, 반응은 두 가지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액션을 취하거나, 회피하고 침묵하거나. 전자의 경우 성관계 개선을 위해 대화를 시도하고 전문가의 상담을 받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벌인다. 그로 인해 문제가 풀리는 예도 있지만, 이런저런 노력이 성과가 없을 땐 큰 좌절로 이어지기도 한다.
플레져랩을 방문하는 많은 이들이 성관계 단절을 호소하며 도움이 될만한 섹스토이를 찾는다. 보통 파트너를 대동하지 않고 혼자 오는 이들이 많은데, 사연을 들어보면 섹스를 하지 않은 기간은 1년 미만에서 15년 이상까지 다양하다. 여전히 파트너와의 섹스를 노력으로 개선코자 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파트너와의 즐거움 찾기는 아예 포기했으니 자위 기기를 추천해 달라고 하는 이들도 있다.
| 최정윤·곽유라 플래져랩 공동대표. 사진=플래져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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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성인용품을 추천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문제는 파트너와 사용할 제품을 제안해 달라고 할 때다. 딜레마다. 섹스토이는 성관계를 즐겁게 해주는 데 큰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한편 상호 간 성적 접촉이 한동안 없었던 관계에 기기를 ‘투입’한다고 해도 상황이 극적으로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서로 성인용품 사용에 합의한 상태라면 모를까. 성능 좋은 섹스토이를 산다고 해서 마법처럼 얼었던 사이가 녹고, 경직된 몸이 풀리고, 이전엔 몰랐던 성감이 ‘번쩍!’하고 눈을 뜨는 것은 아니다. 사용자의 의지가 없다면 제아무리 훌륭한 바이브레이터라도 어깨 안마기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그럼 섹스리스들은 대체 어떻게 하란 말인가? 일단 파트너와 서로를 존중하며 상대에게 기쁨을 주기 원한다는 확신을 하는 것이 섹스토이 사용에 앞서야 한다. 상호 간에 ‘섹스에 양념을 더해 보자’는 설득과 합의, 조율 없이 파트너에게 불쑥 성인용품을 내밀지 말자. 오히려 ‘어디서 변태물건 가져와서 나를 모욕하느냐?’는 원망을 들을 가능성이 크다.
파트너에게 섹스를 억지하고 섹스토이 사용을 강권하는 것은 폭력이다. 법적인 부부, 혹은 파트너 관계라고 하더라도 한쪽의 성욕 충족을 위해 섹스 요구에 전적으로 응해야 할 의무는 없다. 다만 상호 간 행복을 추구하기로 약속 한 사이기 때문에 노력은 필요하다. 한쪽이 절망감, 박탈감, 외로움을 호소하는데 그것을 모른 체하는 사이라면 함께 하는 의미가 없는 것 아닐까.
상대방을 정성스럽게 만지고 안는 파트너 섹스에서 꼭 성기가 결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훌륭한 몸매, 화려한 스킬이나 성기의 크기 역시 기쁨을 위한 결정적인 요소라고 보기 어렵다. 오르가즘에 도달했냐 역시 훌륭한 섹스의 필요조건은 아니다.
그러니 만족하게 해야 한다는 강박, 오르가즘을 느껴야 한다는 조급함, 나는 부족한 파트너라는 자격지심 같은 방해 요소를 버리자. 상대에 대한 배려와 열린 마음을 갖췄을 때, 서로를 다시 보듬을 준비가 되었을 때 함께 섹스토이 사용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기쁨 장난감’이 가진 극적인 효과는 둘의 관계가 회복되었을 때 누릴 수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