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반발에 한발 물러난 정부 "임금인상은 민간자율"(종합)

by하지나 기자
2015.03.13 15:02:36

최부총리 이달들어 임금인상 네차례 언급에도 불구
민간자율 원칙하되, 납품단가 등 하청업체 배려키로 협의
재계 "임금 하방경직성, 국제경쟁력 약화 우려"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임금인상을 촉구하며 기업을 압박했던 정부가 재계의 반발에 한발 물러난 모습이다. 정부는 그동안 내수진작을 위해 기업이 적정 수준의 임금 인상을 해야한다는 주장에서 임금 인상은 민간 자율에 맡긴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13일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경제5단체장의 오찬간담회 관련 브리핑에서 “임금과 관련해서는 기본적으로 민간 자율에 의해 결정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동반 성장 차원에서 납품단가를 통해서 하청업계에 배려될 수 있도록 노력키로 했다”고 전했다. ‘임금 인상’ 논란과 관련해 최 부총리와 경제 5단체장들이 기본적으로 민간 자율에 따라 인상 여부와 폭 등을 결정하자는 원칙을 정한 것이다.

이날 최경환 부총리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올해 새롭게 임기가 시작된 5단체장과의 상견례 겸 오찬간담회를 가졌다. 최 부총리는 임금 인상, 투자활성화 등을 요구하며 재계에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최경환(왼쪽에서 두번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서울시 중구 대한상의에서 열린 경제장관-경제5단체장 간담회에 참석,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특히 임금 인상 발언은 이달 들어 네번째다. 최 부총리는 간담회 전 모두발언을 통해 “정부 정책만으로 한계가 있다”면서 “적정수준의 임금 인상과 협력업체에 대한 적정 대가 지급 등 우리경제의 양극화 해소를 위해 노력해달라”며 직접적으로 재계에 대해 임금 인상을 촉구했다. 수출 주도 성장에서 벗어나 내수중심의 경제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임금 인상을 통한 가계 소비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재계는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최저임금 인상은 경제구조와 소득구조를 고려해 장기적으로 마스터플랜으로 가지고 추진해야 할 것”이라면서 “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칫 기업부문의 임금을 전반적으로 높여 산업경쟁력이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 정책이 있더라도 부작용 없앨 수 있는 정책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라고 맞섰다.



또한 “임금은 하방경직성 크기 때문에 한 번 올리면 쉽게 내릴 수 없다”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내수시장이 크지 않기 때문에 임금 인상으로 국제경쟁력이 악화되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도 “지난해 기업들의 실적을 보면 매출은 정체되고 수익은 큰폭으로 감소했다”면서 “올해도 통상임금 범위 확대와 60세 정년 확대로 기업들의 총 임금 부담은 커져가고 있다”고 말했다.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또한 고용과 임금간의 트레이드 오프(trade off,서로 모순되는 형편에 있는 경제 관계를 이르는 말) 관계라는 점을 언급했다.

최 부총리는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해 “지표상으로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으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구조적 문제 등으로 회복모멘텀이 확산되지 않고 있다”면서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올해는 노동·금융·공공·교육 등 핵심분야의 체질개선에 정책역량을 집중하고 재정확대·금리인하 등 거시경제정책의 확장운영, 과감한 규제개선, 사업재편지원특별법(가칭)마련, 민간 SOC투자 촉진 등 경제활성화 노력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정부 정책의 한계를 언급하며 “기업이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각별히 노력해주고, 30조원 기업투자 촉진 프로그램 등을 활용해 투자활성화에도 적극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해 사회적 대타협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경제계에서도 양보하고 고통 분담해달라”고 주문했다.

이날 정부 측에서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정채찬 공정거래위원장, 이관섭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정찬우 금융위 부위원장이 참석했고, 경제계에서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김인호 한국무역협회 회장,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