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도 정상, CEPA 개선·이중과세방지 합의

by김진우 기자
2014.01.16 17:00:51

朴대통령, 16일 인도에서 만모한 싱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
한·인도, '전략적 동반자 관계' 발전 내용의 공동성명 체결
CEPA 개선, 이중과세방지 합의…정치·안보·문화 협력 강화

[이데일리 김진우 기자] 한국과 인도는 16일(현지시간) 양국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의 개방 수준을 높이고, 가서명된 이중과세방지협정의 조속한 발효를 위해 힘쓰기로 하는 등 ‘더 개방된 경제·통상 환경을 구축’하는데 합의했다. 인도를 국빈 방문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정부 영빈관인 하이데라바드 하우스에서 만모한 싱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박 대통령의 올해 첫 해외순방 ‘세일즈 외교’ 첫 작품이라는 평가다.

양국 정상이 서명한 공동성명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CEPA 개선 작업을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매듭짓기로 한 부분이다. 이를 위해 양국은 올 상반기 서울에서 통상장관회담을 열기로 했다.

CEPA는 상품·서비스의 자유로운 교역을 핵심으로 하는 자유무역협정(FTA)과 비교해 경제 전반을 포괄하는 한층 확장된 개념이다. 한·인도 CEPA는 2010년 발효됐지만 일본·인도 CEPA보다 자유화율(관세철폐율)이 현저히 낮아 개선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한·인도 CEPA 자유화율은 75%, 일·인도 CEPA 자유화율은 90%다. 이에 따라 양국은 한·인도 CEPA 자유화율을 일본 수준으로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인도는 그동안 무역적자 우려로 CEPA 개선에 소극적 입장이었지만 양국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개선 필요성에 공감했다”며 “상품뿐만 아니라 투자·서비스 전반을 포괄하는 개선 작업을 조속히 완료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한·인도 정상은 양국간 이중과세 방지에 합의하는 등 상대국에 진출한 기업의 세금 부담을 줄여 투자·진출을 활성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양국은 조세조약을 개정해 이자·사용료 소득에 대한 세율을 15%에서 10%로 인하하고, 해운소득에 대한 원천지국 면세를 10%에서 100%로 확대하기로 했다.

양국은 주식투자 과세도 합의했다. 청와대는 “인도가 주식양도차익 과세권을 현행 거주지국 과세에서 원천지국 과세로 완전 전환을 요구했지만,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과점주주에게만 원천지국 과세를 하는 것으로 타협을 봤다”고 밝혔다.

이밖에 △한국전용공단 조성을 통한 우리 중소기업 진출 기반 마련 △양국간 항공편 증편을 위한 항공협정 개정 △양국 최고경영자(CEO) 20명씩이 들어가는 상설 민간 비즈니스 협의채널 신설 등도 합의했다.

박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현지 진출한 우리 기업의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성과도 거뒀다. 대표적인 게 ‘포스코 오디사 프로젝트’다. 포스코는 2005년부터 인도 오디사 주에 연간 800만t 규모의 일관제철소를 건립하려 했지만 9년간 각종 제약으로 지지부진했다.

청와대는 “환경인허가 취득, 주정부의 부지 인계, 광산탐사권 해결에 대한 인도정부의 약속을 받아냈다”며 “이에 더해 적극적 행정지원 약속도 명시적으로 확보해 사업 추진이 원활하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우리 기업들이 인도 인프라 건설 분야에 활발히 진출할 수 있도록 금융지원을 확대한 것도 의미있는 성과라는 평가다. 수출입은행은 인도 인프라전문금융회사(IIFCL)와 인프라 진출 지원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한편, 인도 최대 국영상업은행(SBI)과도 신용공여한도를 2억 달러로 설정하는 전대금융을 체결했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은 도로·철도 등 우리 기업의 현지 인프라 분야 진출에서도 인도 정부의 적극적 지원을 확보했으며, 원자력 발전 분야는 향후 정기적 협의체제를 구축해 협력을 증진해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두 정상은 회담에서 정치·안보 분야는 물론, 문화 분야에서도 양국간 관계를 증진시키는 등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한층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발전시키는 내용을 공동성명에 담았다.

양국은 정치·안보분야에서 △정상회담의 정례적 개최를 위한 노력 △한·인도 외교장관 공동위원회의 정기적 개최 △국가안보실 간 정례 대화와 국방 차관보급 전략대화 정례 개최 등에 의견을 모았다.

또한 두 정상은 비핵화를 포함한 한반도 평화와 안정유지의 중요성에 인식을 같이하면서 국제적 의무와 공약을 명백히 위반하는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에 우려를 표하는 한편 북한이 관련 유엔 안보리 결의를 포함한 국제적 의무를 성실히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문화 분야에서는 양국간 종전보다 깊은 문화적 이해를 추구하는 것을 공동비전으로 설정하고,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문화교류계획서를 체결할 것 등을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