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 형제의 난) 7·7 이상기류..그것이 `亂`이었다

by좌동욱 기자
2009.07.28 20:02:20

금호 지분변화가 남겼던 의문점들

[이데일리 좌동욱기자] 금호그룹 경영권 분쟁 조짐이 세간에 처음으로 알려진 것은 지난 7일 서로 다른 주체가 금호그룹 지주회사 금호석유(011780)화학 주식을 대량 매집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직후부터다.

당시는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 그의 아들인 박준경 금호타이어(073240) 회계팀 부장이 금호산업 주식을 팔아 금호석유화학 주식을 대량 매집하던 시기. 박찬구 회장이 오너 일가들의 동일한 그룹 지분율(황금분할)을 깨뜨린 현상을 두고 각종 루머가 떠돌았지만 구체적으로 확인된 사실은 없었다.

특히 박찬구 회장 부자(父子)가 주식을 매입한 창구가 굿모닝신한증권과 브릿지증권으로 우리투자증권을 통핸 주식 매입 세력과는 다른 것으로 확인되면서 형제간 지분 확보 경쟁을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박찬구 회장 부자는 2년2개월간 유지해 오던 형제들의 동일한 그룹 지분율을 먼저 깨뜨렸다. 그로부터 보름이 지난 후 금호석유화학 지분 매입에 나섰던 박삼구 회장과 박정구 회장의 자식들은 4차례에 걸쳐 주식을 매입하면서 같은 날 같은 수의 주식을 매입했다. 박찬구 회장 일가와 달리 두 가족이 함께 의사 결정을 내린 것이다.

재계, 금융권, 증권가에서는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 사이가 불편하다는 증언들도 쏟아졌다.

금호그룹이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인수·합병(M&A)하고 이로 인해 유동성 위기를 겪는 과정에서 박찬구 회장이 배제되면서 박 회장이 형에 대해 서운한 감정을 가졌다는 것. 금호 2세 형제들이 65세를 기점으로 경영권을 물려받아왔는데, 박삼구 회장이 동생(박찬구 회장)에게 경영권 이양을 꺼린다는 증언도 있었다. 박삼구 회장은 2010년 65세가 된다.

당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형제간 사이가 멀어져 말도 하지 않는 관계로 알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당시 이 관계자도 금호그룹 2세들이 결국 갈라설 것으로 보지는 않았다. 취재에 응한 대부분 사람들도 비슷한 전망을 했었다. 형제경영을 중시해온 금호그룹의 가풍과 박삼구 회장의 온화한 성품, 현재 그룹이 겪고 있는 유동성 위기 때문에 당장 급한 불을 끄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결과는 세간의 추측과 전혀 다르게 나타났다. 이날 박삼구 회장은 직접 기자 회견을 통해 "박찬구 회장이 (형제간) 공동경영 합의를 위반해 (박찬구 회장을 대표이사직에서) 해임하는 조치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창업주인 고(故) 박인천 회장이 1946년 미국산 중고 택시 2대로 광주택시를 설립한 이후 장자에게 경영권이 승계됐고 이후 25년간 이어져 온 `형제경영`의 전통이 깨지기까지는 두달도 걸리지 않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