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여원 받고 35억원 대출해준 공제회 前회장 구속기소

by김보영 기자
2016.12.16 15:13:47

대출소개인 청탁 받고 기금에서 35억 불법대출
광고계약 계약금 가장 등 자금세탁도 벌여

서울남부지검 전경. (사진=김보영 기자)
[이데일리 김보영 기자] 사업실적이 없는 신생기업에 수십억원 상당의 공제회 기금을 대출해주는 대가로 수억원의 금품을 받은 전(前) 교육시설재난공제회 회장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부장 박승대)는 배임수재 및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이모(67) 전 교육시설재난공제회 회장을 구속기소했다고 16일 밝혔다. 검찰은 이 전 회장에게 금품을 건넨 A시행사의 김모(56) 대표와 대출소개인 김모(45)씨를 배임증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지난 1948년 설립된 교육시설재난공제회는 재난발생 때 교육시설이 입은 피해에 대한 복구지원 및 재난예방 사업을 하는 사단법인이다. 기금은 국공립·사립학교의 공제회비로 조성되며 현재 1700억원 가량이 관리·운용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은 재직 당시인 2013년 9월 A시행사에 공제회 기금 35억원을 불법 대출해 대가로 김 대표에게 2013년 9월부터 2014년 4월까지 총 7차례에 걸쳐 1억 4500만원을 받아챙긴 혐의를 받는다.

검찰조사 결과 이 전 회장은 2013년 8월 평소 친분이 있던 대출소개인 김씨를 통해 A시행사가 시행하는 ‘복합건물 개발사업’에 공제회 기금을 대출해달라는 청탁을 받았다. 당시 A시행사는 신생 기업으로 제대로 된 사업 실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이 전 회장은 기업의 성장 가능성 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대출을 강행했다. 그는 청탁을 받은 뒤 기금대출 업무 담당부서를 기존 자산운영부에서 자신이 직접 운영하는 부서인 미래전략팀으로 변경했다. 특히 ‘A시행사에 대한 대출이 부적절하다’는 공제회 감사의 감사의견도 묵살했다.

이 전 회장은 금품수수 사실을 숨기기 위해 자금세탁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김 대표에게 받은 돈 중 5500만원을 자신이 따로 운영하는 업체와 A시행사가 광고계약을 체결해 받은 계약금인 것처럼 가장했다. 또 김 대표에게 자신의 운전기사 계좌로 3000만원을 송금하게 한 뒤 이를 현금으로 인출했다.

그러나 A시행사의 사업은 사업부지가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내에 자리잡고 있었던 탓에 결국 무산됐다. 공제회는 언론보도 및 교육부 감사를 통해 특혜대출 의혹이 제기되자 2014년 12월 대출금 전액을 회수했다.

검찰 관계자는 “각종 공적기금의 운영 실태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비리를 포착하면 적극적으로 수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