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 형제의 난)25년 전통 깬 금호..지배구조 어디로?

by김국헌 기자
2009.07.28 19:58:42

[이데일리 김국헌기자] 금호아시아나그룹이 25년간 이어진 형제경영의 전통을 깨고 전문경영인체제로 이행을 선언했다.

박찬구 화학부문 회장의 지주회사(금호석유화학) 지분 매집으로 촉발된 형제간 분쟁 끝에, 결국 박삼구 그룹 회장과 박찬구 회장 형제가 모두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게 됐다. 

그러나 박찬구 회장측의 법적 대응 가능성, 그리고 금호석화에 대한 지분 역시 상당해 형제간 경영권 분쟁의 불씨는 아직 남아 있는 상황이다.



고(故) 박인천 창업주의 3남인 박삼구 회장은 28일 그룹 본사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동생인 화학부문 회장을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에서 해임, 그룹 경영에서 손을 떼게 했다"고 말했다. 동생을 해임할 수밖에 없는 유감스러운 상황에 대해 책임을 지고 자신도 그룹 회장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인 금호석유(011780)화학 대표이사직을 비롯해 계열사 대표이사직은 그대로 유지한다.
 
업계에서는 전문경영인인 박찬법 그룹 항공부문 부회장이 그룹 신임회장(5대 회장)이 되더라도 박삼구 회장이 상당부분 경영활동을 할 여지와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도 "책임경영 차원에서 그룹 회장직에서만 물러나는 것이지 계열사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진 않을 것"이라고 확인했다.

박 회장 역시 "재무구조개선 약정 이행과 금호석유화학 지주회사 체제로의 지배구조 개선, 대우건설 재매각 등에 있어 절대적 역할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명예회장으로 물러나도 이런 부분에서 책임 경영을 할 것"이라고 언급, 경영활동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것은 아님을 강조했다.  



그러나 일단은 적어도 외형상으로는 금호 3세들이 회장직을 이어받을 정도로 경영수업이 충분히 될 때까지 전문경영인 중심의 과도기 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박삼구 회장은 "전문경영인 체제가 오래갈 것"이라고 말했다.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왼쪽)과 박찬구 그룹 화학부문 회장(오른쪽)
박찬구 회장측의 대응에 따라 형제간 갈등과 분쟁의 골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박찬구 회장은 금호석유화학 이사회의 해임 결정에 반발해 법적 대응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65세룰`에 따르면 박삼구 회장은 내년말까지만 그룹 회장직을 수행하고, 그 다음은 동생인 박찬구 회장이 이어받는 것이 순서다.
 
그러나 박삼구 회장은 동생을 해임하고 자신도 스스로 물러나면서 `회장 유고`상황을 만들었다. 그는 "선대회장과 회장 유고시 후임에 대한 논의가 과거에 있었고, 그 유지를 받들어 전문경영인인 박찬법 부회장을 회장으로 추대했다"고 말했다. 
 
회장 유고시 그룹 내부의 전문경영인이나 외부 덕망있는 인사를 회장으로 선임키로 형제들이 이미 합의한 사실이 있으며, 이런 합의에 따라 전문경영인체제로 간다는 설명이다.  박삼구 회장은 또 형제경영이라고 해서 (형제라면)아무나 회장이 되도 된다는 것은아니라고 밝혀, 박찬구 회장에 대한 불신을 강하게 드러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형제간 힘겨루기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 지주회사인 금호석유화학의 지배구조. 박세창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본부 상무는 박삼구 회장의 아들이다. 박준경 금호타이어 회계팀 부장은 박찬구 회장의 아들이다. 박재영 씨는 고 박성용 명예회장의 아들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오너 형제간에 실질적인 지주회사인 금호석유(011780)화학 지분을 동일하게 나눠 보유하고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경영권 쏠림이 덜하다. 

박찬구 회장 부자(父子)가 지주사 금호석화 지분을 계속 사들여 16.50%까지 끌어올렸다. 박삼구 회장 부자의 10.51%보다 높다. 박찬구 회장이 이사회에서 대표이사 해임을 당하기는 했지만, 등기이사로서의 지위는 아직 보유하고 있다. 등기이사 해임은 주총에서 주주들이 결정된다.
 
하지만, 고(故) 박정구 회장(창업주 2남, 박삼구 회장의 바로 위 형) 아들인 박철완 아시아나항공 전략팀 부장(지분율 10.51%)이 박삼구 회장 부자와 뜻을 같이 하고 있어, 박찬구 회장의 운신폭이 좁은 상황이다.

대표이사 해임에 대응해 박찬구 회장이 법적 대응 이외에 지분율로 직접적인 실력 행사를 하긴 힘들다.
 
따라서 형제간 추가 지분 경쟁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어지간한 자금력이 아니고서는 자사주와 형제간에 분산된 지분 구조상 지분 매집으로 지주사 경영에서 주도적 지분을 확보하긴 어렵다.

그렇다해도 박찬구 회장측의 16.50%를 무시하기 어려운 것 또한 사실이다.
 
금호아시아나는 일단 외견상 전문경영인체제로 전환하면서 지주회사 체제를 갖춰가겠지만, 형제간 경영권 분쟁의 전개양상에 따라 새로운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