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 코로나 전수검사는 차별"…인권위 조사 나선다

by이소현 기자
2021.03.19 15:17:30

서울시·경기도 등 지자체 행정명령…"차별·인권침해 여부 판단"
"이주민을 분리·구별하는 정책, 인종차별 인식 강화시킬 수 있어”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최근 서울시와 경기도를 비롯한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외국인 노동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의무화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것과 관련해 인권침해 여부를 조사하고 나섰다.

보건소 관계자가 지난 14일 오전 서울 구로역 광장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위해 줄을 선 사람들을 통제하고 있다. (사진=김대연 기자)
최영애 인권위원장은 19일 성명을 통해 “외국인들이 관련 행정명령이 혐오와 인종차별처럼 느껴진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며 “이에 인권위는 신속하게 차별과 인권침해 여부를 판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이주민을 배제하거나 분리하는 정책은 이주민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차별을 일으킬 수 있다”며 일부 지자체의 행정명령을 비판했다.

그는 이어 “사회통합 및 연대와 신뢰의 기반을 흔들고, 인종에 기반을 둔 혐오범죄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이주민을 의사소통 통로에 적극적으로 포함해 소외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이주민을 대상으로 정책을 펼쳐나가면서 차별적인 관념과 태도가 생산되지 않도록 특별히 유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감염이 의심되는 사업장 내 밀접접촉자 또는 노동자 모두를 대상으로 하지 않고, 외국인 노동자만을 분리·구별해 진단검사를 강제로 받도록 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코로나19 진단검사 행정명령’을 시행했다.



경기도는 오는 22일까지 도내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전수조사를 명령했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지난 주말 사이 수도권 일부 선별진료소는 혼잡을 빚기도 했다.

지자체가 발동한 행정명령에 대한 법적 근거는 ‘감염병의심자’에 대해 진단검사 조치를 강제할 수 있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감염병예방법) 제42조 제2항 제3호다. 인권위는 “해당 감염병의심자에 대해서는 감염병예방법상 접촉, 검역법상 관리지역 체류·경유, 병원체 노출 등으로 감염이 의심되는 사람으로만 정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 국적을 이유로 모두를 검사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유행 상황에서 인종차별로 인한 혐오범죄에 대한 우려도 표명했다. 최근 뉴욕에서는 한 남성이 뚜렷한 이유가 관측되지 않는 상황에서 쇼핑가를 방문한 83세 한국계 여성에게 침을 뱉고 주먹질을 해 피해자가 기절하는 사건이 있었다. 또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는 총기를 난사해 8명을 숨지게 했는데 사망자 8명 가운데 6명이 아시아 여성이며, 4명은 한인 여성으로 아시아계에 대한 혐오와 차별 사건으로 알려졌다.

인권위는 “소외되고 취약한 집단에 대한 차별과 혐오는 전 세계 어디에서나 발생할 수 있다”며 “우리 모두 인종차별로 인한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인종차별은 사라져야 한다는 인식이 함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오는 21일은 ‘세계 인종차별철폐의 날’이다. 과거 통행법을 시행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이 법에 반대해 평화적 집회를 하던 사람들에게 경찰이 발포해 69명이 희생당했는데 유럽연합(UN)이 1966년 희생당한 이들을 기리고 인종차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선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