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SE, 코로나 위기에 빠진 애플 구할까

by장영은 기자
2020.04.16 11:33:32

4년만에 보급형 아이폰…몸은 아이폰8·두뇌는 아이폰11
출고가 역대 최저 399달러…점유율 반등 신호탄 될까
“1억명에게 어필”…콘텐츠 서비스 등 애플 생태계 확장 기대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최근 몇 년 간 소문만 무성했던 애플이 보급형 스마트폰 신작 ‘아이폰SE’가 드디어 공개됐다. 코로나19 사태에 직격타를 맞은 애플 실적 회복에 기여할 수 있을지가 관심이다.

애플이 15일(현지시간) 공개한 2세대 아이폰SE. 블랙, 화이트, 레드 3가지 색상으로 오는 24일 출시될 예정이다. (사진= 애플)


애플은 15일(현지시간) 2세대 아이폰SE를 공개했다. 전작의 뒤를 이어 ‘아이폰SE2’ 혹은 ‘아이폰9’이 될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식 명칭은 2016년 5월 출시됐던 애플 최초의 보급형 스마트폰과 같은 아이폰SE로 정해졌다. 앞서 각종 유출 정보를 통해 알려진 대로 외관은 2017년 출시된 아이폰8과 비슷하다. 4.7인치 LCD 화면(레티나 HD 디스플레이)을 탑재했으며, 홈 버튼도 부활했다. 오랜 아이폰 사용자들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킬만한 디자인이다.

신형 아이폰SE의 가장 큰 차별점은 최신 칩셋인 A13 바이오닉을 탑재했다는 점이다. 몸은 아이폰8이지만 두뇌는 아이폰11인 셈이다. 이에 따라 구형 모델과 거의 같은 외관에도 불구하고 카메라, 인터넷, 배터리 등의 성능이 향상됐다. 대표적으로 카메라의 경우 후면 1200만 화소 싱글 카메라, 전면 700만 화소로 화소 수 자체는 아이폰8과 같지만 성능은 업그레이드됐다. 전·후면 카메라 모두 인물 사진 모드가 지원되며, 동영상은 4K 60fps 촬영이 가능하다. 증강현실(AR) 기능도 일부 사용할 수 있다.

신형 아이폰SE의 가격은 399달러(약 49만원)로 4년 전에 출시한 전작과 같다. 코로나19로 소비 경기가 침체된 가운데 애플은 ‘가성비’(가격대비 성능)를 앞세운 신제품으로 점유율 반등에 나설 전망이다. 기존 아이폰SE 및 아이폰8 급의 제품 사용자들의 교체 수요와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 중저가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타깃이다. 앞서 애플 제품 전문가인 밍치 궈 TF인터내셔널증권 연구원은 애플이 신형 아이폰SE를 출시하는 목적은 작은 크기보다 낮은 가격대에 있다며 약 1억명의 구형 아이폰 사용자를 공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애플 월드와이드 마케팅 담당 필 쉴러 수석 부사장은 “첫 번째 아이폰SE는 작은 크기와 고성능, 부담 없는 가격의 독보적인 조합을 사랑한 수많은 고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며 “새로운 2세대 아이폰SE는 바로 그 뛰어난 아이디어를 토대로 삼아, 훌륭한 사진과 동영상을 위한 최고의 싱글 카메라 시스템 등 모든 면에서 개선을 이뤄냈으며 여전히 가격 부담은 없다”고 강조했다.



아이폰SE의 국내 출고가격은 64GB 모델이 55만원이며, 출시일은 아직 미정이다. (사진= 애플)


판매량 증가는 애플의 새로운 성장 동력인 콘텐츠 서비스 확대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애플은 최근 스마트폰 제조사를 넘어 콘텐츠 기업으로의 변화를 시도 중이다.

iOS 기반의 애플 앱 스토어와 아이클라우드, 애플 케어 뿐 아니라 지난해 애플 아케이드(클라우드 게임)와 애플TV 플러스(+)를 선보이며 콘텐츠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주력 사업인 스마트폰 부문이 경쟁 환경이 쉽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데다, 가격 경쟁 심화로 이익률도 떨어지고 있다.

업계 순위인 점유율 뿐 아니라 판매량 확대를 통해 콘텐츠 등 서비스 부문 매출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애플이 아이폰SE에 거는 기대는 클 수밖에 없다.

애플의 2020 회계연도 1분기(2019년 10월~12월) 매출은 918억2000만달러(약 108조3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9% 증가했다. 이 중 아이폰 매출은 8% 증가한 559억7000만달러였으며, 서비스 부문 매출은 17% 증가한 127억달러로 집계됐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이폰이 61%, 서비스가 14%이다.

최근 회계연도 기준 애플 부문별 매출 비중(왼쪽)과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인 ‘애플 아케이드’ 화면(오른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