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권성동, 의혹만으론 사퇴 NO"… '내로남불' 논란

by유태환 기자
2018.02.09 14:16:59

與, 강원랜드 수사 외압 의혹 권성동 사퇴 압박
한국당 "의혹 제기로 직 놔라, 너무 나간 주장"
반면 2016년 丁의장 황제방미 의혹땐 "사퇴하라"
당시 "의혹 제기, 단정 아냐"…이후 입증도 못 해

법사위원장인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가운데)이 6일 국회 법사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금태섭 의원(왼쪽)·자유한국당 간사인 김진태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유태환 기자] “어느 일방의 의혹 제기만으로 직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더불어민주당의 주장은 나가도 너무 나갔다.”

신보라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이 지난 6일 민주당의 권성동 국회 법사위원장 사퇴 요구와 법사위 보이콧에 반발하면서 낸 논평이다. 민주당이 강원랜드(035250) 취업청탁 수사 외압 의혹을 받고 있는 권 위원장 사퇴를 요구하자 의혹만으로 직을 내놓을 수 없다고 맞선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태도와는 정반대로 한국당은 집권여당 시절인 지난 2016년에는 의혹 제기만으로 정세균 국회의장 사퇴를 압박했던 것으로 9일 확인됐다. 정치권에서는 전형적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은 2016년 9월 30일 원내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정세균 의장의 방미일정에 대한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며 “당장 의장직을 사퇴하고 국민께 사과할 것을 진심으로 촉구한다”고 했다.

새누리당은 정 의장이 방미(訪美)일정 중 공식초청 대상이 아닌 부인을 동행하고 “정 의장 부인이 1000여만원을 웃도는 비행기 1등 좌석에 탔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또 6박 8일 방미 일정 중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가족을 만나기 위해 애초에 없었던 일정을 무리하게 끼워 넣었다는 공세를 펼쳤다.



새누리당은 “정 의장 부인이 공식초청 대상이 아니었다면, 사실상 사적인 ‘황제방미’가 될 것”이라면서도 해당 문제 제기가 사실로 단정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란 것도 인정했다. 당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이었던 조원진 의원은 당 의원총회에서 “우리가 하는 것은 의혹 제기이지 ‘정세균 의장이 그렇게 했다’라고 단정한 것도 아니다”며 “의혹이 있는데도 (우리가) 입을 닫고 있어야 한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후에도 새누리당은 해당 의혹을 입증하지 못했다.

반면 한국당은 현재 민주당의 권 위원장 사퇴 압박에 대해서는 ‘치졸한 권성동 죽이기’라는 입장이다.

장제원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지난 8일 논평에서 “한 검사의 실체 없는 폭로를 정치쟁점화하여 무차별 공세를 퍼붓고 있다”며 “민주당의 주장에 의하면 시민단체의 고발이 있거나, 누군가에 의해 그 어떠한 의혹 제기라도 있을 시에는 사실 여부에 관계없이 해당 직책을 무조건 사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신들이 여당일 당시에는 확인되지 않은 의혹으로 정 의장에 사퇴를 압박한 반면, 현 집권여당을 향해서는 같은 행위에 대해 ‘정치공세’라고 맞서는 형국인 셈이다.

한편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우리당 법사위원들은 법사위 개의요구서를 제출하고, 돌아오는 월요일(12일) 회의 개최를 요구하겠다”며 사실상 법사위 보이콧을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이 어떻게 대응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