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남 서울시뮤지컬단장 "단장의 미아리고개 올린다"
by김미경 기자
2015.08.12 13:12:02
라이선스 무산 차선책 '김태수 희곡' 뮤지컬화
10월30일~11월1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내년 '서울의달' 시작으로 '서울브랜드' 구상
신입 단원 5명 뽑아 젊은피 수혈…변화 모색
| ‘뮤지컬계 1세대 연출가’ 김덕남 서울시뮤지컬단 단장. 지난해 11월 취임한 이후 8개월여일 뒤 기자와 만나 그는 그간의 소회와 향후 계획에 대해 이야기했다(사진=세종문화회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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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메르스 여파로 막을 일찍 내리긴 했지만 영세한 제작사와 소극장들이 더 걱정이죠. 제대로 피해 보상을 받아야 할 텐데 지원금이 허투루 쓰여선 안 됩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발생한 지난 6월. 김덕남 서울시뮤지컬단 단장(64)은 남모르게 속앓이를 했다. 지난해 11월 취임 후 첫 작품 ‘마법에 걸린 일곱난쟁이’가 관객 안전을 위해 당초 예정보다 일찍 막을 내려야만 했다. “그 동안 밤낮없이 땀 흘려 달려왔던 단원들의 얼굴이 아른거리더라. 수고해준 스태프와 제작팀에게도 고맙고 미안하고. 수 만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어요”.
김덕남 단장은 이른바 ‘뮤지컬 1세대 연출가’다. 1976년 극단 현대극장으로 정식 입문해 39년간 기획, 연기, 연출, 제작, 예술감독 활동 등 공연예술제작의 전 과정을 경험했다. ‘장보고 열리는 바다’ ‘밥퍼’ ‘애니’ ‘마인’ ‘로미오 앤 줄리엣’ ‘드라큘라’ ‘사운드 오브 뮤직’ ‘요셉’ ‘봄날은 간다’ 등 수많은 뮤지컬이 그의 손을 거쳤다.
“사대문에 살아서 연극을 접할 기회가 많았어요. 6살 적에 수시로 극장을 드나들었는데 청량리, 수색극장까지 돌아다녔던 기억이 뚜렷하게 남아 있어요. 사실 중학교 2학년 때 인형극단에 들어갔으니까 49년 공연계에 몸담고 있는 셈입니다. 하하”.
그는 올 하반기 무대에 초연 작품을 올릴 생각이다. 연극과 전공자들의 필독서인 김태수 작가의 희곡 중 ‘단장의 미아리고개’를 뮤지컬화한다. 김 단장이 2002년 연출을 맡아 먼저 악극으로 선보인 작품을 전면 수정해 재창작한다는 방침이다.
“원래 라이선스 한 작품과 작업 중이었는데 무산됐어요. 시기적으로 얼마 남지 않았고 차선책으로 선택한 작품이 단장의 미아리고개 입니다. 악극 경험도 있는 데다, 김태수 작가의 글은 드라마가 탄탄해요. 밀도감이 높으면서도 군더더기가 없죠. 대사 맛, 말 맛이 있다고 할까”.
어찌 보면 ‘마법에 걸린 일곱난장이’에 이어 또 가족극인 셈이다. 김 단장은 시립 뮤지컬단 공공성은 물론 상업성과 작품성도 따라줘야 하기 때문에 이거 다 싶었다고 했다. “부족한 예산도 걸림돌이에요. 민간단체와는 다른 분야를 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있고, 공공성을 가져가야 하니까 작품 선택이 쉽지 않아요”. 뮤지컬 넘버는 송시현이 맡았다. 그 시대 국민 가요에 쉽게 몰입할 수 있는 곡을 만들 수 있는 작곡가를 찾았단다.
“6.25가 빚어낸 비극적 정서를 현대적 시각으로 빚어낸 작품이에요. 가요처럼 편안한 음악을 덧입힐 생각입니다. 송 작곡가에게도 너무 어렵게 쓰지 말아달라. 멜로디 선율을 살려달라고 주문한 상태입니다”. 뮤지컬로 다시 제작되는 만큼 제목 ‘단장의 미아리고개’는 바뀔 공산이 크다. 10월30일부터 11월1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선보일 예정.
세종문회관의 시즌제 도입 방침에 따라 2017년까지 큰 그림의 작품 라인업을 보고 있는 상황. 우선 내년 상반기 드라마 ‘서울의 달’을 원작으로 한 창작 뮤지컬을 선보일 계획이다. 내년 하반기 ‘마법에 걸린 일곱난쟁이’를 다시 올린다. 그는 “‘서울의 달’을 시작으로 소시민의 삶, 인간 군상을 다룬 ‘서울’(가제)을 브랜드화해 시리즈처럼 선보이고 싶다는 구상이 있다. 이밖에 ‘한성별곡’ ‘모래시계’ 등도 공동제작해 작품할 계획으로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서울시뮤지컬단의 변화도 모색 중이다. 17일, 24일 면접을 거쳐 신입 단원 5명을 뽑는다. 뮤지컬계에 일침도 덧붙였다. “요즘 일부 작품을 보면 드라마가 없어요. 스타만 있고, 노래만 있죠. 뮤지컬은 애초에 연극을 기본으로 깔고 가야 합니다. 오페라가 음악의 연장선이라면 뮤지컬은 연극에 음악을 입힌 셈이에요. 나이가 들어서 그렇게 느끼는 걸까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