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정훈 기자
2014.12.02 14:40:50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지난 중간선거 압승으로 내년부터 공화당이 상·하원 모두를 장악하게 되면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앞날에 험로가 예상된다. 올 연말 미 의회가 정부 뜻과 달리 비과세 감면을 대거 연장하려는 행보를 보이는 것은 그 예고편이다.
현재 민주당과 공화당은 일제 정비하려던 56개 비과세 감면 조항들 가운데 10여개의 감면 일몰시한을 더 연장하거나 이들중 일부는 아예 항구적인 감면으로 바꾸는 쪽으로 합의하려 하고 있다. 이럴 경우 향후 10년간 4500억~5000억달러(약 499조~554조원)의 재정적자가 늘어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일단 공화당이 주도해 민주당과 함께 항구적인 감면으로 전환하려는 것들은 기업 연구개발(R&D) 세액공제와 중소기업의 자본투자 감가상각에 대한 세액공제다. R&D 세액공제는 향후 10년간 들어가는 비용이 1550억달러(약 172조원)에 이르는 가장 큰 공제 항목이고, 중소기업 감가상각 공제도 730억달러에 이른다.
관건은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이 연장하려고 하는 감면 항목들이다. 현재 이들은 주로 중산층과 저소득층에 지원되는 2017년 일몰 예정인 부양자녀 세액공제와 근로소득보전세제(EITC), 풍력에너지 투자 세액감면 등의 연장을 원하고 있다.
반면 공화당은 부양자녀 세액공제가 불법 체류자들에게까지 지원되고 있다는 점을 문제삼고 있고, EITC 역시 근로 가구를 정확히 가려내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며 일몰 연장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더구나 이를 통해 오바마 대통령의 이민 개혁이나 중산층 지원 등 핵심 정책을 견제할 수 있다는 부수적인 효과까지 기대하고 있다.
만약 오바마가 이들 두 감면을 지켜내지 못한다면 1500억달러 이상의 서민 증세가 불가피해진다.
이 때문에 제이콥 루 미 재무장관은 “중산층과 저소득층 가구의 희생으로 대기업들에게 각종 세금감면을 지속하는 것은 잘못된 접근법”이라고 의회를 비판하면서 만약 이에 대한 반대를 지속할 경우 오바마 대통령도 기업 관련 감면 연장에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상황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녹록치 않은 편이다.
기업 R&D와 중소기업 감가상각 세액공제에 대해 이미 민주당 의원들 대다수가 공화당 방침에 동조하고 있는데다 공화당에게는 연방정부 셧다운(일시폐쇄)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정부는 이달 16일 만료되는 임시 예산안에 맞춰 재정지출을 운용하고 있다. 그 시한 이전까지 공화당이 예산안을 연장해주지 않으면 정부기관 문을 또다시 닫아야만 할 상황이다.
다만 중간선거에서 민심의 지지는 확인했지만, 공화당으로서도 셧다운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지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 셧다운 강행 이후 공화당에 민심이 등을 돌렸던 아픈 기억 때문이다. 최근 CNN과 ORC사가 공동으로 실시한 설문에서도 “또다시 셧다운이 현실화될 경우 공화당을 비난할 것”이라는 응답이 50%를 기록해 “오바마 대통령을 비난하겠다”는 응답률 33%를 크게 앞섰다.
이 때문에 공화당 출신인 존 베이너 하원의장도 최근 소속 의원총회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정책과 맞서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약속하면서도 “그러나 셧다운을 그 수단으로 삼는다면 지난해처럼 공화당만 모든 비난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