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현대차 제치고 ‘재계 2위’…올해도 쿠팡 총수는 ‘쿠팡’
by조용석 기자
2022.04.27 12:00:00
공정위, 2022년 공시대상기업집단 발표
재계 2위 올라선 SK…IT·해운기업 성장 ‘쑥쑥’
두나무 상출집단 지정…쿠팡 동일인 문제 못풀어
공시대상기업 76개…8개 새로 편입, PEF는 제외
[세종=이데일리 조용석 공지유 기자] SK가 반도체 호황과 공격적인 M&A(인수합병)에 힘입어 16년 만에 현대차를 제치고 재계 2위로 올라섰다.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은 네이버·카카오 등 IT 기업과 해운물류 회사의 성장세도 거셌다. 또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인 두나무는 가상자산 거래 주력집단 중 최초로 대기업으로 지정됐다.
공정위가 27일 발표한 ‘2022년 공시대상기업집단’에 따르면 SK의 공정자산 총액은 291조 9690억원으로 현대차(257조 8450억원)를 넘어서며 재계 2위로 공식 지정됐다. 2006년부터 삼성과 현대차에 밀려 줄곧 3위만 했던 SK가 16년 만에 자리를 바꾼 것이다. 2003~2004년은 LG가 2위였다. 상위 5개 기업집단(삼성·SK·현대차·LG·롯데)의 순위가 바뀐 것도 2010년 이후 처음이다. SK의 자산은 전년 대비 약 52조원이 늘었다.
SK가 도약은 반도체 호황으로 계열회사인 SK하이닉스(000660)의 실적이 크게 성장한 데다 물적 분할에 따른 신규설립, 석유사업 성장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익은 각각 42조 9978억원, 12조 4103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5%, 148% 증가했다. 또 SK의 계열회사 수는 전년 대비 38개가 증가, 전체 공시대상기업집단 중 가장 많이 늘었다.
코로나19로 인한 디지털 산업의 성장과 물류 증가에 따른 해운업계 성장도 뚜렷했다. 카카오(035720)는 자산총액이 30조원대(32조 2160억원)를 넘어서며 18위에서 15위로 올라섰고, 네이버(035420)도 5계단 상승한 22위다. 넷마블(251270) 역시 성장세가 이어졌고, 게임 배틀그라운드로 잘알려진 게임사 크래프톤(259960)(6조 2920억원)은 신규 편입됐다.
국내 1위 컨테이너 선사인 HMM(011200)은 자산총액이 전년도 8조원대에서 2배가 늘어난 17조 8000억원으로 증가, 공시대상기업집단(5조원 이상)에서 상호출자제한집단(10조원 이상)으로 이동했다. 순위도 48위에서 25위로 올랐고, 부채비율은 무려 546.2% 줄었다. 해운이 주력인 SM그룹 역시 10조 5000억원에서 13조 7000억원, 장금상선도 6조 3000억원에서 9조 3000억원으로 자산이 크게 늘었다.
코로나19로 인한 풍부한 유동성과 가상자산 투자 열풍을 타고 급성장한 가상자산 거래소 ‘두나무’는 자산총액이 10조원(10조 8225억원)을 넘어서면서 바로 상호출자제한집단에 지정됐다. 자산 중 절반이 넘는 5조 8120억원은 고객예치금이다.
금융·보험사는 대기업집단 지정을 결정할 때 총금융자산에서 고객자산은 제외된다. 하지만 공정위는 두나무가 표준산업분류상 금융·보험업이 아닌 ‘블록체인 기반 암호자산 매매 및 중개업’으로 분류되기에 고객자산(고객예치금)을 포함해 상출집단으로 지정했다. 총수(동일인)는 송치형 이사회 의장이다.
김재신 공정위 부위원장은 “고객예치금은 두나무의 통제하에 있고 거기서 나오는 경제적 이익을 두나무가 얻고 있기에 자산으로 편입해야 한다는 것이 국제 및 한국이 채택하고 있는 회계기준”이라며 “한국회계기준원 등의 자문을 거쳐 자산으로 포함시켰다”고 설명했다.
LS와 넥슨은 동일인(총수) 사망으로 총수가 변경됐다. LS는 고(故) 구자홍 회장에서 구자은 회장으로 총수가 변경됐고, 넥슨은 고 김정주 의장을 대신해 아내 유정현씨가 총수로 지정됐다. 총수는 사익편취 규제대상 기업, 기업결합규제, 공시를 위한 제출 의무 부여 등 대기업집단 규제의 준거점이다. 공정거래법 외에도 노무·환경재해 등에 대한 책임도 동일인을 기준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작년 논란이 됐던 쿠팡 김범석 의장의 총수 지정문제는 여전히 풀리지 못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김 의장이 외국 국적자(미국)라는 점 등을 고려해 김 의장이 아닌 법인(쿠팡)을 총수로 지정, 카카오·네이버 등 국내 IT기업과 역차별 논란이 일었다. 공정위는 총수지정을 검토할 목적으로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이례적으로 현장조사 등도 벌였으나 올해도 김 의장이 아닌 쿠팡 법인을 총수로 지정했다.
이에 대해 김 부위원장은 “김 의장 개인 지분변동, 개인회사의 소유, 친인척 회사의 소유 이런 부분을 면밀하게 확인했으나 지난해와 달라진 점이 없다고 판단, 지난해와 동일하게 법인을 총수로 지정했다”며 “외국인을 동일인 지정하는 것에 대한 제도개선도 선행돼야 한다. 제도개선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된 회사는 총 76개로 전년(71개) 대비 5개 증가했다. 이들의 소속회사 수 역시 2896개로 전년 대비 274개 늘었다. 신규지정된 회사는 두나무, 크래프톤, 보성, KG, 일진, 오케이금융그룹, 신영, 농심 등 8개다. 또 자산이 10조원이 넘는 상호출자제한집단 회사는 47개로 지난해(40개)보다 7개 늘었다.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PEF(사모투자펀드) 전업 집단을 제외하기로 하면서 IMM인베스트먼트, 한국투자금융은 올해 지정 제외됐다. 규제완화 측면이다. 또 대우건설은 중흥건설에 인수되면서 역시 제외됐다.
| 공시대상기업집단 매출액 추이(자료 = 공정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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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공시대상기업집단(금융·보험업 제외) 매출액은 1633조 7000억원으로 전년도(1344조 5000억원) 대비 289조 2000억원이 증가했다. 매출이 가장 많이 증가한 집단은 삼성으로 전년 대비 45조원 4000억원이 늘었고, 이후 SK(29조 7000억원), 현대차(29조원) 순이었다. 가장 많이 감소한 집단은 두산으로 전년 대비 4조 8000억원이 줄었다.
공정위는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기 위해 자산 5조원 이상 그룹은 공시대상기업집단, 10조원 이상 그룹은 상호순환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분류해 각종 규제를 적용한다. 5조원이 넘은 기업의 경우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를 적용받고 대규모 내부거래, 최대주주 주식보유 및 변동현황 등 각종 공시 의무를 부과한다. 상호출자제한집단에는 이에 더해 순환출자 금지, 채무보증 금지,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등의 규제도 추가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