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3.7년만에 이동전화 주말 전산개통…유통점은 피해 우려

by김현아 기자
2015.02.25 12:02:56

이통3사와 정부, 시장 활성화와 소비자 편의 위해 개통합의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중소 판매점 인건비 증가 우려
정부 "전산시행 모니터링 하겠다"고 약속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정부와 이동통신 3사가 이동전화 번호이동 전산시스템을 이번 주말부터 개통하기로 했다. 3년 7개월 만이다. 지금까지는 주말에 대리점이나 판매점에서 이동전화에 가입해도 개통은 월요일 이후 가능했다.

정부가 이통3사를 설득해 주말 전산개통에 나선 것은 △소비자들의 편익을 높이고 △분실·도난 등의 행위가 있을 때 신원확인을 통해 범죄 가능성을 줄이며 △단말기유통법 시행 이후 침체된 단말기 유통 경기를 되살리자는 취지때문이다.

하지만 유통업계 일각에서는 단말기유통법 이후 공시보조금 축소로 일선 대리점·판매점의 30% 정도가 문을 닫아 왔는데, 제도는 유지된 속에서 주말 전산개통이 이뤄지면 인건비 증가 등 비용 부담이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25일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SK텔레콤(017670), KT(030200), LG유플러스(032640) 등 이동통신 3사와 번호이동관리기관인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는 ‘번호이동 전산시스템’을 주말에도 열기로 합의했다. 2015년 3월 1일(일요일)부터 신정/설/추석 당일과 번호이동시스템 정기예방점검일(매월 2/4주차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10:00 ∼ 20:00까지 확대해 운영된다.

전산시스템은 2011년 6월까지만 해도 주말에도 열려있다 지나친 시장 과열과 주5일 근무제 도입을 이유로 중단됐다. 그러다가 이통3사는 2014년 11월 1일과 2일 주말 개통업무를 재개했는데, 아이폰6 출시로 밀린 예약 가입자를 처리하기 위해 전산을 열기로 합의한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른바 ‘아이폰6 대란’이 일어나면서, 11월 두 번 째 주부터는다시 전산을 막았다.

미래부 관계자는 “주말 전산개통 여부는 이통3사가 합의하게 돼 있고 의견이 다르면 미래부가 중재할 수 있게 돼 있는데 방통위가 ‘주말 전산개통’을 건의해 협의 끝에 이렇게 결정됐다”고 말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시장이 과열되지 않은 상황이고 이용자 불편을 줄이기 위해 주말 전산개통이 필요하다”면서 “주말에도 일하고 싶은 유통점이 있는데, 정부와 이통사가 막으면 안 된다는 취지도 있다”고 했다.



10월 1일 단말기유통법 시행 첫날 강변테크노마트 4층 휴대폰 유통매장. 150여 판매점은 물론 통신사 관할 대리점까지 오가는 손님이 거의 없었다.
일단 이번 주말부터 전산이 개통되면 소비자들은 편리해질 전망이다.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단말기를 사고 통신사를 바꿔도 곧장 개통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국 3만 5천여 개 대리점·판매점을 대변하는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에는 이날 오전부터 회원사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관계자는 “대형 대리점들은 그래도 낫지만, 중소 판매점들은 주말에도 인력을 돌려야 하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크다”면서 “미래부에서 주말 전산개통을결정할 때 단 한 통의 전화도 받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유통협회는 주말 전산개통 이후 발생하는 추가 인건비 등에 대해 상생 차원에서 이통사나 KTOA가 지원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정부 관계자는 “주말 전산개통은 인력을 많이 쓰는 대형 판매점이나 대리점은 비용이 늘지만 가족끼리 경영하는 중소 판매점은 반긴다”면서도 “주말 전산개통이후 중소 판매점의 피해 상황 등에 대해서는 모니터링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단말기 유통점들은 정부가 24일 ‘단말기유통법 위반행위 신고센터(www.cleanict.or.kr, 080-2040-119)’와 불법보조금 신고 보상액 10배 상향을 발표한데 대해서도 의혹을 보내고 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관계자는 “현재 보상액은 이통3사가 대리점에 대리점은 판매점에 전액 구상권을 청구하는 형태인데, 정부 발표대로 보상액이 최대 1000만 원이 되면 소상공인들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통3사의 과징적 보상금 요구에 대해 중소 판매점에 전부 책임을 떠넘기고 징벌적 배상을 못하게 행정지도 했다”고 말했지만, 단말기유통법 시행 6개월 이후 이통사들이 유통구조를 직영점 중심으로 바꾸는 와중에 일선 유통 소상공인들의 불신은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