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세법개정]전문가들 "사실상 증세..중산층 세부담 가중"

by안혜신 기자
2013.08.08 17:38:37

소득공제→세액공제 전환은 옳은 방향
중산층 세부담 가중은 ''풀어야 할 숙제''

[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전문가들은 정부가 8일 발표한 ‘2013년 세법개정안’에 대해 큰 방향에서는 옳게 가고 있다는데 동의했다. 특히 그동안 문제가 많았던 소득공제 방식을 세액공제 방식으로 전환하는데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이번 세법개정안이 표현만 달리했을 뿐 사실상 증세라는 지적이다. 특히 중산층에 대한 세부담이 가중된 만큼 이에 따른 조세저항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데도 의견을 같이 했다.

이번 세법개정안은 소득공제 방식을 세액공제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골자다. 이렇게 되면 납세액이 적은 저소득자가 납부할 세금이 줄어들게 된다.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공공정책연구실장은 “복지확대 등에 필요한만큼 세수를 늘리자는 정부의 입장이 강하게 읽힌다”면서 “정부가 직접적인 증세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복지재원 조달에 나선 것인데 궁극적으로 증세가 필요하다는 전제를 깔고 본다면 이번 세법개정안의 방향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소득세와 관련해 비과세·감면을 정리, 세부담을 늘리고 세수를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것이다.

박훈 서울시립대학교 세무학과 교수 역시 “증세를 하지 않는 한에서 세부담을 조금씩 늘릴 수밖에 없는데, 그 중에서 고소득자에게 부담이 더 갈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라면서 세액공제로의 전환에 대해서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사실상 증세라는데 입을 모았다. 박 교수는 “세목이나 세율과 관련한 조정이 없었을 뿐 늘어나는 조세부담률과 비과세·감면 혜택 등을 줄인 것을 놓고 볼 때 증세”라면서 “‘명문화 된 증세’가 없는만큼 공약을 직접적으로 어기진 않았지만 명백하게 증세다”라고 꼬집었다.

정부는 이번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세부담이 크게 늘어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특히 당장 신용카드 소득공제율 축소 등으로 타격을 입게 된 중산층의 조세저항이 상당하리라는 것이다.

안창남 강남대학교 세무학과 교수는 “소득이 제일 높은 계층에 대한 세율을 높여서 고소득자에 대해서는 현재보다 더 많은 부담이 가도록 하는 것이 맞다”면서 “하지만 중산층의 세금 부담감이 늘어나게 된만큼 이들의 조세만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물가상승과 가계대출 원리금 상환부담, 사회보험료 인상 등으로 고통 받으면서도 유리지갑인 근로자들로부터 엄청난 증세를 도모하는 일”이라면서 “근로소득자들에게 대한 증세가 두드러진 이번 세제개편안은 백지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납세자연맹이 이번 세제개편안에 따라 중산층 수준의 맞벌이 부부 근로소득자의 증세효과를 자체 추정한 결과, 내년 연말정산 후 내야할 세금은 올해분보다 무려 20%나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이 보기에도 지나치게 복잡해진 세금 체제도 우려되는 부분으로 꼽혔다. 박 교수는 “이번 개정안에서 근로소득공제율을 낮췄는데 여기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부족하다”면서 “게다가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공제 관련 부분이 복잡해졌고, 이로 인해 중산층의 세수입 효과가 실제로 어떻게 되는지 부분에 대한 설명 자체가 명확치 않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향후 직접적인 세금 인상에 나설 가능성 역시 상당하다는 의견이다. 게다가 이번 세법개정안에 대한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만큼 국회에서 어느 정도나 개정안이 수정될지 여부도 관심사다.안 교수는 “궁극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재정건전성 확보”라면서 “세입 확충이 어렵다면 그에 맞게 복지 예산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 박훈 서울시립대학교 세무학과 교수,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공공정책연구실장, 안창남 강남대학교 세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