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의 '결단력과 도전'…SK, 16년 만에 재계 2위

by함정선 기자
2022.04.27 12:00:00

2022년 5월1일 기준 SK그룹 재계 2위 올라
2006년 이후 삼성-현대차 이은 '만년 3위' 공식 깨져
SK하이닉스 반도체 매출 증가 더해
친환경, 바이오, 첨단소재 등 핵심분야 새 성장축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SK그룹이 현대차를 제치고 재계 순위 2위에 올랐다. 삼성과 현대차에 이어 ‘만년 3위’ 자리에 머무른 지 16년 만이다.

이미 지난해 자산총액 기준으로 6조원 차이, 턱밑까지 현대차를 추격했던 SK그룹은 올해 무려 34조원 차이로 현대차를 앞섰다.

재계에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그간 보여준 승부사로서 과감한 결단력에 끊임없는 도전 정신이 더해진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간 차세대 산업으로 키워 온 반도체 부문인 하이닉스 인수 10년 성과에 앞으로 10년을 준비하기 위해 투자를 진행 중인 배터리와 바이오 등 신사업 간 시너지가 지난해 SK그룹 성장의 원동력이 됐기 때문이다.

27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5월1일 기준 SK그룹의 자산총액은 291조9690억원으로 전년 대비 52조4390억원이 증가했다. 계열사는 186개로, 전년 대비 38개가 늘어났다.

2006년 LG그룹을 제치고 3위에 올라선 지 16년 만으로, 당시 54조8080억원이었던 자산총액은 5배가 넘게 늘어났고 56개였던 계열사도 3배 이상 몸집을 불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SK그룹이 재계 2위로 올라서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SK하이닉스다. 지난해 반도체 매출이 크게 증가하며 SK하이닉스의 자산은 20조9000억원 늘었다.

하이닉스 인수합병(M&A)은 최 회장의 경영 철학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 회장은 변하지 않는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다는 생각으로 하이닉스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고 전해진다. 현재 최 회장이 늘 강조하고 있는 경영철학인 기업의 ‘딥 체인지(근본적 변화)’와 ‘서든데스(돌연사)’가 당시에도 중요한 경영 가치관이었던 것.

지금은 ‘2000년대 최고의 딜’이라 불리지만 2011년 하이닉스 인수를 타진할 당시만 해도 ‘승자의 저주’라고 불릴 만큼 주변의 우려가 컸고, SK그룹이 반도체 사업에 뛰어드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시각도 많았다.



그러나 최 회장은 “새로운 사업에 과감하게 도전해야 할 때”라며 내부 관계자들을 설득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최 회장은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던 당시 오히려 인수 첫해 3조8500억원을 투자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결과 SK그룹이 당시 3조4267억원에 사들인 하이닉스는 현재 시가총액 78조6243억원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매출은 42조9978억원, 영업이익은 12조4103억원을 기록했고 올해 1분기에는 매출 12조1557억원, 영업이익 2조8596억원을 달성하며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최 회장은 탄소중립 가속화와 불확실한 국제정세 등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시장 흐름을 누구보다 면밀하게 관찰하고 대응하는 총수로 손꼽히고 있다.

이런 최 회장이 향후 그룹의 4대 핵심사업으로 손꼽은 것은 ‘첨단소재·바이오·그린·디지털’을 4대 핵심사업으로, 각 계열사는 글로벌 위기와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며 반도체 외 또 다른 성장축을 만들어내고 있다.

기존의 석유화학 등 전통적인 에너지 사업부문이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배터리 등 미래 사업으로 재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특히 이들은 투자 등을 통해 이미 성과를 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미래 신사업인 배터리, 석유개발 부문을 각각 자회사 SK온, SK어스온으로 분리하며 SK그룹의 자산총액은 7조9000억원이 증가했다. 또 다른 핵심 사업 분야 중 SK바이오사이언스는 상장으로 2조9000억원의 자산이 증가했고, SK E&S는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3조2000억원, SK(주)는 첨단소재와 그린 등 미래 먹거리 분야에서 투자를 통해 3조6000억원의 자산을 확대했다.

SK그룹은 이미 연초부터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나가고 있다. 또한 계열사의 기업공개(IPO) 등도 계획하고 있어 지속적인 자산증가가 이뤄질 전망이다. 특히 최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SK의 주요 사업은 국가 전략 자산으로 글로벌 패권 경쟁의 한 가운데 서 있다”며 “도전정신으로 ‘프런티어(개척자)’가 되자”고 강조한 만큼 4대 핵심 분야에서 성장 역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