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박철근 기자
2015.10.19 14:36:44
아주복지재단, 중증장애아 모친 초청 ‘아주 특별한 여행’ 개최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중증 장애인 자녀를 키우느라 여행은 꿈도 못꾸던 어머니들이 모처럼만의 나들이를 통해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지난 15일 제주도 하얏트리젠시에는 30여명의 주부들이 들뜬 모습으로 투숙절차를 밟았다. 이들은 아주그룹의 비영리기관인 아주복지재단이 진행한 ‘아주 특별한 여행’ 참가자들이다.
아주복지재단은 중증 장애자녀를 돌보느라 여가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여행조차 못해본 어머니들을 초청해 17일까지 2박3일간의 꿀맛같은 시간을 보내도록 했다.
재단 관계자는 “행사를 통해 처음 알게 된 참가자들은 처음부터 많은 대화를 나누는 등 이웃사촌, 친자매와 같은 모습을 보였다”며 “짐 정리를 마친 참가자들은 호텔 주변을 산책하거나 객실에서 휴식을 취하는 등 망중한을 즐겼다”고 전했다.
하얏트리젠시 제주 임직원들이 손수 마련한 만찬장에는 근사한 저녁상이 차려졌다.
이번 여행에 참가한 변환숙(49) 씨는 “밖에서 이렇게 마음 편히 식사해본 지가 몇 년 만인지 모르겠다”며 “좋은 구경과 맛있는 먹거리 등 호강을 누릴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며 소감을 전했다.
또 다른 참가자인 이미숙(52)씨는 “우리 상황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가까운 곳에 가는 여행이야 얼마든지 다녀올 수 있는 일 아니냐고 쉽게 말한다”면서 “하지만 장애아가 있는 가족들로서는 1시간 오가는 여행도 엄두를 못 내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2박3일 동안 여행도 하고 맘껏 쉴 수 있는 것은 거의 사치에 가깝다”며 “동병상련의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과 함께 하다보니 닫혔던 마음의 문도 열리고 쌓였던 스트레스도 훌훌 털어져 나가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저녁식사 이후 진행된 레크리에이션 시간은 참가자들에게 웃음과 감동이라는 선물을 동시에 선사했다. 특히 웃음치료 강사가 “서로 안아주세요. 그동안 지쳤던 스스로를 안아준다고 생각하세요”라는 말이 나왔을 때에는 레크리에이션 장소가 온통 울음바다가 됐다.
참가자들은 서로가 평생을 두고 짊어져야 할 정신적, 육체적인 어려움을 눈물과 함께 씻어 내리고 서로를 격려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서로를 안은 두 손을 한 동안 풀지 않았다.
이번 여행에 참가한 중증장애우 어머니들은 제주명승지 관광, 올레길,오프로드 체험, 마상무예 관람 등 아주복지재단 측이 마련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기면서 중증자녀 양육을 위한 새로운 활력을 충전했다.
노미라 아주복지재단 매니저는 “장애인 문제는 장애인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더욱 많은 기업들이 장애 가족에 대한 지원과 세심한 관심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길준 한국장애인부모회 사무처장은 “장애인을 돕는 기관이나 프로그램은 많지만, 함께 고생하는 장애인 부모를 위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며 “아주복지재단 측과 뜻이 맞아 장애부모를 위한 행사를 진행할 수 있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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