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돈 벌어 가족에게…숨진 태국인 부부 고향으로

by이재은 기자
2023.02.28 13:38:09

추위 피하려고 방안에서 불 피워
혈중 일산화탄소 농도 40% 이상
시신 화장 후 태국에 보낼 예정
“허망하게 세상 떠나 안타까워”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난방비를 아끼려고 냉골방에서 장작불을 피웠다가 질식사한 태국인 부부가 한 줌의 재로 고향에 돌아간다.

지난 23일 오후 전북 고창군 주택에서 한 마을 주민이 숨진 태국인 부부가 거주했던 주택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7일 전북 고창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후 고창군 흥덕면 단독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태국인 A(55)씨와 부인 B(57)씨는 조만간 화장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태국 외교 관계자와 협의한 결과 유족이 화장을 원해 그렇게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태국에 있는 가족은 형편상 한국에 들어오지 못했다.

A씨 부부는 10여년 전 관광비자로 한국에 들어와 고창군에 정착했다. 불법체류자 신분이던 이들은 한국어를 배워가며 논밭일, 이앙기 작업, 포클레인 작업 등을 했다.

1인당 12~13만원, 악착같이 일한 이들은 모은 돈 대부분을 태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보냈다. 그러나 정작 두 사람은 1년에 30만원 세를 들고 낡은 집에서 거주해왔다.



지난 23일 오후 전북 고창군에서 숨진 태국인 부부가 세 들어 살던 주택 앞 (사진=연합뉴스)
경찰은 A씨 부부가 강추위를 피하려고 밀폐된 방안에 불을 피웠다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질식사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시신 발견 당시 방안에는 불에 탄 장작과 화로가 있었고 시신을 혈중 일산화탄소 농도는 40% 이상이었다.

부부가 숨진 날로 추정되는 지난 22일 고창군의 최저기온은 -6.5도였으며 시신이 발견된 23일 최저기온은 -2.6도였다.

주민들은 “부부가 비록 힘들게 살았으나 성실하고 금실이 좋았다”며 “열심히 잘 산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허망하게 세상을 떠나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