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일자리 미스매치 이유 봤더니…"자동 채용 프로그램도 한 몫"

by김무연 기자
2021.09.06 15:02:02

하버드 연구 결과…"프로그램서 1000만명 걸러져"
‘바닥 청소’ 경험 없으면 소매점 직원 채용에서 탈락
과거처럼 비정량적 업무 능력 평가할 기회 상실
IBM 등 글로벌 기업, 채용 프로그램 개선 나서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최근 미국 고용지표가 급격히 둔화한 가운데 미국 기업 다수가 사용하고 있는 자동 인력 채용 프로그램이 일자리 창출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량적 평가로 인력을 1차적으로 거르는 탓에 고용이 시급한 부문에서 필요한 인력을 확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단 지적이다.

아마존 풀필먼트 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사진=AFP)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저널(WSJ)은 하버드 경영대학원 연구를 인용해 기업이 사용하는 인력 채용 프로그램이 1000만명 이상의 구직자를 채용에서 제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기업은 효율적인 채용 절차를 위해 구직자 탐색 및 인터뷰 일정 예약, 구직자의 배경 확인 등에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다.

연구를 진행한 조셉 풀러는 다양한 예를 들어 채용 프로그램의 맹점을 지적했다. 병원에서 환자 데이터를 컴퓨터에 입력할 사람을 찾는 경우 등록된 간호사의 이력서를 검색하면서 간호사 업무와 관계가 없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경험을 우선시하고, 소매점 점원의 경우 ‘바닥 청소’ 경험이 없으면 고용 시스템을 통과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이사, 임신, 출산 등 이유로 직장을 그만둬 이력에 공백이 생긴 경우도 자동으로 걸러진다는 문제점도 있다. 과거에는 기업이 해당 구직자를 불러 업무상 공백 이유를 묻고 채용을 결정할 기회가 있었지만, 채용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이러한 기회가 차단되는 셈이다.

풀러는 “기업들은 자동화된 채용 프로그램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라면서 “채용 프로그램은 이런 방식으로 많은 구직자를 채용 사전 단계에서 걸러내고, 기업은 전체 구직자의 정보에 대한 정보 권한도 없다”라고 풀러는 덧붙였다. 기업의 인력 채용이 경직될 뿐 아니라 실제 업무에 필요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의 채용까지 막힐 수 있단 설명이다.



현재 각 기업이 사용하는 인재 채용 프로그램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오라클의 ‘탈레오’다. 연구에 따르면 탈레오와 같은 채용 프로그램은 포춘 500대 기업의 99%를 비롯해 미국 고용주 중 75%가 사용하고 있다.

IBM 로고(사진=AFP)
기업들도 최근 들어 자동 인력 채용 프로그램의 맹점을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WSJ는 전했다. 하버드 설문조사 결과 10명 중 9명이 지원자를 선별하는 인력 채용 프로그램이 적합한 지원자를 선발하는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아마존의 인재 확보 프로그램 관리자 알렉스 무니는 “우리가 사용하는 일반적인 채용 전략은 채용 수요를 충족하지 못했다”라고 인정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채용 프로그램을 개선하기 위해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IBM은 사이버 보안 및 소프트웨어 개발 직책을 채우는 데 어려움을 겪고 직원 선발 기준을 바꿨다. 미국 IBM 개발자 채용 인원 가운데 절반가량은 대학 학위 요구 사항을 제거하고 역할에 맞는 직무 요건을 재작성했다.

최근 5만5000명의 기술 직군 직원을 채용하겠다고 발표한 아마존은 재직 공백이 있는 사람 가운데 퇴역 군인과 군인 배우자, 직장으로 복귀하는 부모, 장애인을 포함하도록 채용 프로그램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JP모건은 전과가 있는 사람을 제외하던 관행을 폐지했다. 규모가 작은 식당 체인점들은 비용이 더 들더라도 점주가 직접 모든 구직자를 대면해 선발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하반기 들어 미국 고용지표는 지속적으로 둔화하고 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8월 미국 비농업 신규 고용이 23만5000명 증가했다. 이 수치는 다우존스가 내놓은 시장 예상치(72만명)를 50만명 가까이 하회한 수치다. 전문가들은 델타 변이 외에도 구직자와 기업 간의 미스 매칭이 고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