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0억 횡령' 한보 4남 정한근, 21년만 첫 재판…檢, "해외도피 추가기소"

by송승현 기자
2019.07.18 11:37:57

21년 해외 도피 끝 지난달 검거 국내 송환
檢, 추가 횡령 수사 중…병합기소 검토 예정
다음달 21일 공판준비 한 차례 더 열기로

도피 21년 만에 파나마에서 붙잡힌 고(故)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4남 한근 씨가 지난달 22일 오후 국적기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도착해 입국장을 나오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자 눈을 감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회삿돈 320억원을 해외로 빼돌린 혐의로 수사를 받다 잠적한 고(故)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4남 정한근(54)씨가 도피 기간 추가 횡령을 저지른 혐의를 포착, 검찰이 추가 기소를 예고했다.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재판장 윤종섭) 심리로 열린 정씨의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은 “1998년 6월 수사를 받다 해외로 도피한 혐의에 대해 다음 주 중 추가기소 할 예정”이라며 “정씨가 회사 지분을 추가로 7.5% 매각한 범행에 대해서도 수사 중에 있다”고 밝혔다.

정씨는 1997년 11월 자신이 실질적 소유주였던 동아시아가스(EAGC)가 갖고 있던 러시아 석유회사 주식 900만주를 5790만 달러에 매각했으면서도 2520만 달러에 매각한 것처럼 꾸며 회삿돈 323억원 상당을 스위스 비밀계좌로 빼돌려 은닉한 혐의로 기소됐다. IMF 외환위기 직전 한보그룹 부회장이었던 정씨는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하자 1998년 6월 자취를 감췄다. 당시 국세 294억원을 체납한 상태기도 했다.

검찰은 또 2001년 동아시아가스가 갖고 있던 러시아 회사 주식 일부가 추가로 매각된 사실을 발견하고 당시 도피 중이던 정씨의 공모 여부를 캐고 있다고 설명했다. 애초 공소사실인 횡령액 323억원 중 일부는 공범들이 정씨 몰래 빼돌린 내역이 있다며 그만큼은 감액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정씨 측은 이날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못했다.

정씨 변호인은 “워낙 오래된 사건이고 여러 사정이 있어 검찰도 공소장 변경을 검토하고 있으니 이후 의견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어 정씨는 이날 재판에 나오지 않았다.

재판부는 검찰과 정씨 측의 준비가 덜 이뤄진 만큼 다음달 21일 공판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열기로 했다.

한편 검찰은 정씨의 신병확보가 어려워지자 2008년 9월 공소시효 만료 이틀 전 불구속기소 했다.

해외 도피 행각을 이어가던 정씨는 대검찰청 국제협력단의 추적 끝에 21년 만에 파나마에서 검거됐다. 국제협력단은 브라질(상파울루), UAE(두바이)를 거쳐 지난달 22일 정씨를 국내로 송환했다. 정씨는 타인의 신상 정보를 이용해 캐나다,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는 등 신분을 세탁해 도피 행각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