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 노량진 구시장 강제퇴거 예고…상인들 "끝까지 투쟁"

by최정훈 기자
2018.08.22 12:41:47

수협, 구시장 상인에 25일까지 자진퇴거 요구
수협 "안전과 형평성 문제로 더는 방치 못해"
신시장 상인들 "피해는 우리만 지고 있어"
구시장 상인들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싸울 것"

구 노량진 수산시장 명도소송강제집행이 실시된 지난달 12일 오전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에서 명도집행관계자들과 구시장 상인 등이 충돌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수협이 구(舊) 노량진 수산시장 상인들에게 자진 퇴거를 요구하면서 양측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 12일 노량진 구시장 강제집행 과정에서 수협과 상인들의 무력 충돌을 빚은 지 6주 만에 또 한번 강제 퇴거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수협 측은 안전과 신시장 상인들과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더는 구 시장 상인들의 편의를 봐주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반면 상인들은 법원의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17일 수협이 구 노량진 수산시장 상인 358명을 상대로 낸 명도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에 수협은 지난 2016년 3월 점유이전금지 가처분 신청을 시작으로 이어지던 명도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수협은 지난 21일 구 시장 상인 부지를 불법점거한 상인에 대해 오는 25일까지 자진 퇴거를 요구하고 퇴거 불응자에 대해 강제적인 퇴거 조치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협은 또 지난해 11월 24일 구 시장 상인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1심 승소를 근거로 상인들의 자택을 강제 경매에 붙이기도 했다.

수협 관계자는 “구 시장은 안전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검증되지 않은 수산물 유통이나 원산지 표시 위반으로 등으로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며 “신시장 이전 상인들도 구 시장 상인들이 임대료도 내지 않고 장사하는 등 형평성 문제로 불만이 극에 달해있다”고 말했다.

장정열 신시장상인 대표는 “신시장 상인들이라고 목 좋은 곳에서 장사하고 싶은 마음이 왜 없겠느냐”며 “노량진역에서 수산시장으로 오는 길목에 구 시장이 있어 손님들이 다 뺏기고 있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이어 “임대료도 안 내고 장사하는 구 시장 상인들 때문에 우리만 손해를 보고 있다”며 “구 시장에서 집회하고 갈등 유발해 신시장의 이미지도 안 좋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22일 오전 9시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비상대책 총연합회가 서울남부지법 앞에서 수협의 강제경매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최정훈 기자)
구 노량진시장 상인들은 수협의 자진퇴거와 강제 집행에 끝까지 맞서겠다는는 입장이다.

구시장 상인들로 이뤄진 민주노련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비상대책 총연합회는 22일 오전 9시 서울 남부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협의 잘못된 판단과 부동산개발 목적인 현대화사업으로 억울하게 피해를 보는 상인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수협중앙회가 토지와 건물을 소유하고 있더라도 시장개설자인 서울시의 허락 없이 강제로 시장을 폐쇄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구시장 상인 백경부(74)씨는 “40년 동안 밤새워가며 장사한 죄 밖에 없다”며 “후대에 제대로 된 수산시장을 물려주고 싶은 마음뿐인 우리에게 이런 가혹한 행위를 하는 것은 법치국가에서 옳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헌주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비상대책 총연합회 위원장도 “수협이 강제 집행뿐 아니라 보금자리까지 강제 경매에 붙이며 상인들을 협박하고 있다”며 “강제 경매뿐 아니라 오는 25일 자진퇴거와 이후 강제 명도 집행까지도 물러날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