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영어 변별력 붕괴…국어·수학서 판가름(종합)

by신하영 기자
2017.12.11 14:46:31

첫 절대평가 영어 응시자 10명 중 1명이 ‘1등급’
“상위권 대입 지원서 영어점수 사실상 무용지물”
인문 국어·수학, 자연 수학·과탐서 당락 갈릴 듯

성기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1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채점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절대평가로 치러진 영어영역의 1등급 비율이 10%를 넘으면서 사실상 변별력이 붕괴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문계는 국어와 수학에서, 자연계는 수학과 과학탐구에서 대입 당락이 갈릴 전망이다.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11일 이러한 내용의 ‘2018학년도 수능 채점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수능에 응시한 수험생은 53만1327명으로 지난해(55만2297명)에 비해 2만970명 감소했다. 영역별 응시자는 △국어 53만93명 △수학가형 17만3155명 △수학나형 33만5983명 △영어 52만8064명 △사회탐구 26만7539명 △과학탐구 24만4733명 등이다.

이번 수능에서 첫 절대평가로 치러진 영어 1등급 비율은 10.03%(5만2983명)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6월(8.1%)·9월(5.39%) 모의평가 영어 1등급 비율보다 최대 4.64%포인트 높은 수치다. 평가원이 영어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앞서 이준식 평가원 수능출제위원장은 수능 당일(11월23일) 영어 난이도와 관련해 “6·9월 모의평가와 비슷하다”고 밝힌 바 있다.

절대평가는 경쟁자 점수와 상관없이 본인 점수가 90점 이상이면 1등급을 받는다. 응시생 10명 중 1명이 ‘1등급’으로 사실상 만점을 받는 것이다. 상대평가로 치러진 지난해 수능(7.8%)과 비교해도 영어 1등급 비율은 2.23%포인트 증가했다.

영어 1등급을 받은 응시생이 5만2983명에 달하면서 변별력을 확보하긴 어려워 보인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소위 ‘SKY’ 대학의 모집인원은 1만411명으로 영어 1등급 인원이 이보다 5배나 많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영어 1등급 인원이 당초 예상보다 증가하면서 사실상 상위 20개 대학 지원에서 영어 점수는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어 영역에서 변별력이 무너지면서 상대적으로 국어·수학의 중요성은 커졌다. 국어의 경우 2지난해(2017학년도)에 비해 약간 쉽게 출제됐지만 작년 수능이 워낙 어려워 변별력 확보는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국어 영역의 만점자 비율은 0.61%(3214명)로 지난해(0.23%)보다 소폭 상승했다.

수학 영역의 난이도도 지난해와 비슷했다. 수학 만점자는 가형이 165명(0.1%), 나형이 362명(0.11%)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만점자 비율(가형 0.07%, 나형 0.15%)과 비슷한 수준이다. 표준점수 최고점도 수학 가형은 130점, 나형은 135점으로 작년(가형 130점, 나형 137점) 수준과 유사했다.



표준점수는 자신의 원점수가 평균으로부터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나타낸다. 영역(과목)별 난이도 차이를 감안, 상대적 성취수준을 나타내는 점수다. 시험이 어려울수록 평균은 낮아지고 표준점수는 상승한다.

결과적으로 영어와 달리 국어·수학에선 변별력을 확보한 것으로 분석되면서 대입 정시모집 당락도 여기에서 갈릴 전망이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인문계는 국어와 수학(나형)에서, 자연계는 수학(가형)과 과학탐구에서 당락이 좌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영역별 1등급 커트라인은 △국어 128점 △수학 가 123점 △수학 나 129점 △사회탐구 63~67점 △과학탐구 64~67점 △직업탐구 64~71점 △제2외국어/한문 64~81점이다.

수험생들은 본인의 수능 성적에 따라 가장 유리한 수능 반영 조합을 찾아 대학을 선택해야 한다. 정시에서는 수능 반영방법이 대학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본인이 점수를 잘 받은 영역에 가중치를 주거나 반영비율이 높은 대학을 선택해야 후회가 없다. 특히 수능 반영지표 중 표준점수가 유리한지 백분위가 유리한지를 따져 이에 맞게 지원할 필요가 있다.

임성호 대표는 “복잡한 대학별 가중치 셈법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올해 입시의 최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이영덕 소장도 “본인의 수능 성적 중에서 어떤 영역이 유리한지를 잘 분석해 가장 유리한 수능 반영 조합을 찾아 지망 대학을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017·2018학년도 수능 만점자 비율 및 인원(자료: 한국교육과정평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