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시행 후 첫 명절, ‘수입산’ 설 잔치되나
by강신우 기자
2017.01.04 13:28:04
유통업계, 국산보다 수입산 선물 앞세워
신세계百, 수입산 선물세트 판매 예년 대비 200%↑ 예상
농축수산업계 직격탄…“시행령 개정해야”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올해 설 명절 차례상은 수입산 농산물로 넘쳐날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에서 부정청탁및금품수수금지법(김영란법) 시행령이 정한 선물비용 상한액(5만원)에 맞춰 상품을 내놓다 보니 값비싼 국산보다는 수입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김영란법이 오히려 ‘수입촉진법’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설 명절을 앞두고 정육부터 주류까지 일제히 수입상품을 전면에 내세운 공격적인 마케팅에 돌입했다. 같은 가격이면 국산과 비슷한 질에 양이 많은 수입산으로 설 대목을 잡겠다는 얘기다.
신세계백화점은 오는 9일부터 굴비를 대신한 기니산 침조기·러시아산 명란·뉴질랜드산 갈치·호주산 소고기 등 신선식품(정육·수산물·청과 등) 판매에 나선다. 수입산 품목도 예년 대비 57.1%나 늘렸다.
수입산으로 구성된 설 선물용 신선식품을 조사한 결과 매년 꾸준히 늘고 있고 그동안 찾아볼 수 없었던 5만원 이하 가격에 신선식품을 선보이기 위해 품질대비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품목을 공격적으로 보강한 것이라는 게 신세계 측 설명이다.
수입산 선물세트의 판매도 지난 설보다 200%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수입산 명절 선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동시에 얇아진 지갑 사정으로 가격대비 품질이 우수한 수입산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신세계는 호주산 소고기를 구이용 위주로 구성한 ‘후레쉬 비프행복세트’를 5만원 이하인 4만9000원에 최초로 선보인다고도 했다. 이 밖에도 굴비·사과·배 등 대표적인 설 명절 선물도 다채롭게 준비할 계획이다.
김선진 식품담당 상무는 “김영란법이 처음 적용되는 이번 설 행사를 맞아 가성비가 뛰어난 수입산 선물 품목을 늘려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며 “예상외로 설 예약판매 실적이 좋다”고 말했다.
주류도 수입산이 대세를 이뤘다. 이마트는 ‘기네스 1798리미티드 에디션(2만9800원)’ ‘스텔라 아르투아 전용잔 세트(9500원)’ ‘테넌츠 위스키오크 전용잔 세트(1만3800원)’ 등 5만원 미만의 저렴한 수입맥주 선물세트 6종을 순차적으로 출시하겠다고 4일 밝혔다. 롯데마트도 5일부터 ‘칭따오 전용잔 세트(1만원)’ ‘시에라네바다 샘플러 세트(2만 3700원)’를 선보일 예정이다.다만 롯데마트는 수입산 보다 국산 위주의 선물세트로 구성했다. 지리산 진심한우 1+ 등급만 엄선해 한정 제작하는 프리미엄 한우 찜갈비 세트인 ‘지리산 진심한우 갈비정육 세트’를 13만9000원에 ‘프라임 고강도 사과·배’를 5만5000원에, ‘제주 갈치 세트는 10만9000원에 판매한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수입상품에 대한 고객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 국산 프리미엄 상품과 실속형을 다양하게 마련했다”며 “김영란법이 적용되는 이번 설에는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수입산 과일이나 맥주 등을 실속 선물용으로 구성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국내 농수축산 업계가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이마트는 침체된 국산 돼지 농가를 돕기 위해 오는 5일부터 11일까지 삼겹살·목심 총 330톤의 물량을 준비해 40% 할인 행사에 돌입한다. 이마트는 스페인산 노브랜드 삼겹살 출시 이후 수입산 매출이 지난 한 해 동안 전년대비 94% 증가했다.
송석준 새누리당 의원은 “김영란법이 오히려 ‘수입촉진법’이 된 상황에서 농민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먹을거리만큼은 예외가 될 수 있도록 시행령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