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안전도 ‘압사’당했다

by김미영 기자
2022.10.30 21:27:19

29일 이태원 골목길 압사 참사
30일 오후9시 기준 154명 사망…사망자 더 늘 수도
10만 인파인데 현장통제 없어…안전사고 못막아
11월5일까지 국가애도기간…尹 “국정최우선 순위로”

[이데일리 김미영 조민정 기자] 하룻밤 사이 축제는 참사로 바뀌었다. 코로나19 발생 후 3년 만에 거리두기 없이 ‘노마스크’ 핼로윈 축제를 즐기려던 100명 넘는 이들이 도심에서 압사 당했다. 행정당국의 안일한 대응 속 질서와 안전이 무너지면서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최악의 국가적 재난이 터졌다.

30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밤 서울 용산 이태원에서 발생한 압사사고로 인한 사상자는 256명으로 집계됐다. 이날 오후 9시 기준 사망자 154명, 부상자 102명이다. 사망자는 여성 98명, 남성 56명이며 중국·이란 등 외국인도 25명이다. 인근 병원으로 나눠 이송된 사망자들 153명에 대한 신원 확인을 마쳤으며 나머지 1명은 아직 확인 중이다. 부상자 가운데서도 36명은 중상자여서 사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사고는 핼러윈 데이를 앞둔 주말인 지난 29일 밤 10시15분께 발생했다. 이태원의 해밀톤 호텔 옆, 이태원역 1번 출구가 있는 대로로 연결되는 폭 3.2m, 길이 40m인 내리막 골목길에서다. 감당 못할 수준의 사람들이 옴짝달싹 못하고 밀집해있던 상황에서 누군가 먼저 넘어지자 도미노처럼 쓰러지면서 비극이 빚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아직 조사 중이다.

현장은 급박했다. 소방당국은 이날 밤 10시15분께 “이태원에 사람들이 쓰러져있다”는 신고를 수십 건 접수, 밤 10시43분 대응1단계를 발령하고 관할 소방서 인력을 총출동시켰다. 밤 11시 13분에 대응2단계, 밤 11시 50분에 대응3단계로 격상했다.



대형 재난엔 여러 요인이 얽혀 있다. △3년 만의 핼로윈 축제를 즐기려는 인파가 10만명 이상 몰린 점 △도로통제·지하철 무정차 운행, 안전 인력 배치 등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점 △이태원 일대 혼잡에 현장 접근이 늦어지고 협소한 현장에 초동 구조가 지체된 점 △불어나는 심정지 사상자들에 심폐소생술 응급조치 인력이 부족했던 점 등이다.

특히 대규모 인파를 예견하고도 안전사고에 대비하지 않은 행정당국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금요일이었던 지난 27일 밤과 28일 저녁 8시경에도 셀 수 없을 정도의 인파가 몰려 사고 우려가 제기됐지만, 투입된 경찰 인력은 200명 수준으로 현장 통제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국민안전을 책임져야 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그 전과 비교해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건 아니다”라며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해 해결될 수 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한다”고 면피성 발언을 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부터 11월 5일까지 일주일을 국가애도기간으로 지정했다. 서울 용산구는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담화를 통해 “오늘부터 사고 수습이 일단락될 때까지 국가애도기간으로 정하고 국정 최우선 순위를 사고 수습과 후속 조치에 두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철저한 사고 원인 조사, 동일 사고 재발 방지책 마련, 사망자 장례 지원과 부상자에 대한 신속한 의료 지원 등을 지시했다. 서울시와 용산구는 31일 서울광장, 이태원광장에 합동 분향소를 각각 마련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