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 열풍에 억만장자까지 탄생, 국내 기업도 꽂혔다

by김국배 기자
2022.02.07 14:03:53

''NFT계 이베이'' 오픈씨 기업가치 133억달러로 치솟아, 6개월만에 9배
창업자들 지분가치 각각 22억달러 추산
카카오 두나무 등 국내 기업도 NFT 거래소 도전

[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지난달 4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대체불가토큰(NFT) 거래소 오픈씨(OpenSea)는 3억달러 규모의 추가 투자(시리즈C)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에서 오픈씨는 133억달러(16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설립된 지 약 4년만이다. 불과 6개월 전쯤만 해도 오픈씨의 기업가치는 15억달러였는데 9배 가까이 커진 셈이다.

오픈씨의 기업가치가 치솟자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데빈 핀저와 앨릭스 아탈라도 주목받았다. 이제 갓 서른을 넘긴 두 청년이 NFT로 거부가 됐기 때문이다. 현재 두 CEO는 오픈씨의 지분을 약 18.5%씩 갖고 있다. 포브스는 이들의 보유 재산이 22억달러(2조6000억원)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포브스는 “최초의 NFT 억만장자가 탄생했다”고 보도했다.

오픈씨 창업자인 앨릭스 아탈라(왼쪽)와 데빈 핀저 (사진=포브스)


의사 어머니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핀저는 브라운대학을 나와 핀터레스트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했다. 2015년에는 ‘클레임도그’라는 검색엔진 스타트업을 설립해 1년 뒤 핀테크 기업 크레딧 카르마에 매각하기도 했다. 스탠포드 대학을 졸업한 아탈라는 대학시절 빅데이터 분석 업체 팔란티어에서 일했으며, 졸업 후에는 2곳의 스타트업에서 근무했다.

두 사람은 2018년 와이파이 핫스팟을 공유하는 사용자에게 암호화폐를 지불하는 아이디어로 처음 의기투합했다. 그러나 그들은 가상의 고양이를 키우는 ‘크립토 키티’ 게임을 본 뒤 NFT에 빠져들었다. NFT의 가능성에 사로잡힌 두 남자는 곧장 뉴욕으로 가 오픈씨를 차렸다.



오픈씨는 지난 1년간 빠르게 성장했다. NFT 생태계가 폭발적으로 커지면서 지난해 오픈씨의 거래량은 무려 600배 이상 불어났다. 직원 수도 70명으로 늘었다. 오픈씨는 “올해는 2배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픈씨의 성공 요인은 예술이나 게임, 음악 등 틈새 시장을 파고들기보다 모든 종류의 NFT를 매매할 수 있는 광범위한 플랫폼을 구축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NFT계의 이베이’로 불릴 정도다. 오픈씨는 이용자들이 판매하는 NFT 금액의 2.5%를 수수료로 떼간다. 오픈씨는 설립 이후 지금까지 4억2000만달러 이상의 투자금을 모았다.



오픈씨의 미래가 마냥 장미빛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자체 NFT 거래소를 출범하는 등 치열한 경쟁 환경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전 거래, 자금 세탁 등 불법적인 활동도 문제가 되고 있다.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 기업 체이널리시스가 내놓은 ‘2022 가상자산 범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적인 주소에서 NFT마켓으로 옮겨진 가상자산은 100만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NFT 시장은 잠재력이 매우 크다고 평가받는다. 애플리케이션 데이터 분석업체 댑레이더(DappRadar)에 따르면 NFT 거래금액은 2020년 총 1억달러에서 지난해 230억달러(약 27조6000억원)로 2만% 이상 성장했다.

국내 기업들도 NFT 거래소를 본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카카오 계열사인 그라운드X는 최근 ‘NFT 올인’을 선언했다. 작년 7월 첫 선을 보인 NFT 거래소 ‘클립드롭스’를 더 키워 NFT 전문 회사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다.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 개발 사업은 다른 카카오 계열사인 크러스트에 이관했다. 국내 1위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도 BTS 소속사인 하이브와 함께 상반기 중 미국에 NFT 합작 법인을 차리고 NFT 거래소를 선보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