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들썩이자 너도나도 '빚투'…주담대 막자 신용대출 우회
by원다연 기자
2020.07.09 12:00:00
가계대출 8.1조원 증가…신용대출 증가폭 사상 최대
"SK바이오팜 청약 관련 자금 수요도 일부 영향"
기업대출은 줄어…"회사채 발행여건 개선 등 영향"
| 지난 3일 오후 서울 송파구의 부동산 중개업소 밀집 상가 모습.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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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지난달 가계대출이 6월 기준 사상 최대폭으로 증가했다. 서울 집값 상승 등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며 주택 매매를 위한 자금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주택담보대출은 4개월만에 증가폭을 확대했고 신용대출로까지 주택자금 수요가 몰렸다.
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6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의 가계대출은 전월대비 8조1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지난 2004년 이래 6월 기준으로 최대 증가폭이다.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과 기타대출이 모두 늘었다. 지난달 주택담보대출은 5조원이 증가하며 지난 2월 이후 다시 증가폭을 확대했다. 한은 관계자는 “주택 전세 및 매매 관련 자금수요가 지속되는 가운데 중도금대출을 중심으로 집단대출 취급이 늘면서 증가규모가 확대됐다”고 밝혔다.
지난 5월 계약일 기준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서울의 경우 전달 3000호에서 6000호로 두배가 증가했고 경기도는 전달 1만2000호에서 1만7000호로 증가했다.
주택자금 수요가 신용대출로까지 옮겨오며 기타대출은 3조1000억원이 증가해 6월 기준 사상 최대 증가폭을 나타냈다.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주택담보대출로 충분히 조달하지 못한 주택자금 수요를 신용대출로 충당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가계 신용대출 증가에는 공모주 청약 관련 자금수요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말 SK바이오팜 일반 투자자 대상 청약에는 31조원의 증거금이 몰렸다.
한은 관계자는 “개인들의 투자수요로 청약증거금 납입을 위한 자금수요가 신용대출 증가에 가세했다”고 말했다.
반면 기업대출은 증가폭이 크게 줄었다. 지난달 기업대출은 전월대비 1조5000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코로나19로 인한 기업 운영여건 악화에 지난 3월 18조7000억원, 4월 27조9000억원, 5월 16조원의 증가세를 이어온 데서 증가규모가 크게 축소된 것이다.
특히 대기업 대출은 전월대비 3조4000억원이 줄며 지난 2월 이후 4개월만에 감소 전환했다.
한은 관계자는 “6월 분기말을 앞두고 기업들이 부채비율 관리 차원에서 대출을 일시 상환하는 계절적 요인에 회사채 발행시장 여건 개선으로 은행에 집중됐던 자금 수요가 분산되며 대기업 대출은 감소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중소기업 대출 역시 저금리 정책금융 취급이 줄어들고, 소상공인의 매출부진이 일부 완화되는 등의 영향에 4조9000억원 증가하며 전월(13조3000억원)대비 증가폭이 크게 축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