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무연탄 일변도 수출구조 '네덜란드병' 연상"

by원다연 기자
2018.09.05 12:00:00

"北대중국 석탄 수출로, 노동력·물적자본 석탄산업 중심 재편"
"다른 산업 경쟁력 약화 가능성…국제기구 협력 가교로 나서야"

북한 교역액 기준 1위 상품의 비중 (단위:%). (자료=KDI)
[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북한의 무연탄 일변도 수출구조가 천연가스 유전 발견 이후 오히려 산업 전반이 후퇴한 ‘네덜란드 병’을 연상케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규철 KDI 연구위원은 5일 ‘북한의 무역, 양적 성장만으로 충분한가’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북한의 무역은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양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무연탄에 편중돼 있어 자원배분을 왜곡시키는 구조”라며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수출과 수입에서 1위 국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6년 이후 각 30~40% 정도의 수준에서, 2009년부터 급격하게 상승해 2016년에는 90%에 이르게 됐다. 아울러 수출 품목에 있어서도 2000년대 초중반까지는 1위 수출품에 광물성 생산품을 비롯해 라디오, TV부품 등 다양한 품목이 꼽혔지만, 2008년부터 2016년까지는 무연탄이 계속해 1위 수출품을 차지했다.

김 연구위원은 “중국의 경 제성장에 따른 화석연료의 급격한 수요 증가로 무연탄의 가격이 폭등했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강화되면서 외화 수급 차질을 만회하기 위해 북한 당국이 중국으로 무연탄 수출을 전략적으로 늘리게 됐다”고 무역구조의 변화 이유를 분석했다.



다만 김 연구위원은 북한의 무역액의 양적 증가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률이 뒷받침되지 않는 점을 지적하며 이같이 편중된 무역구조의 재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에서 중국으로의 무연탄 수출 붐이 불자, 광산을 운영하는 무역회사는 외부의 국영기업소에서 노동자와 기술자를 차출하여 무연탄 채굴을 시키기도 하며, 국가 차원에서도 광산에 노동력을 포함하여 식량, 전기, 석유 등 필수 중간재를 우선적으로 보장하고 있다”며 “다시말해 북한의 대중국 석탄 수출로 인해 노동력과 물적자본 등의 자원 재분배가 석탄산업을 중심으로 재편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무연탄 일변도의 수출구조가 장기화될 경우 인적자본과 물적자본의 투자가 필요한 다른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며 “이러한 수출구조는 마치 네덜란드 의천연가스 유전 발견과 수출 이후 산업 전반의 투자가 위축되어 장기적으로 성장이 둔화된 ‘네덜란드 병(Dutch disease)’을 연상시킨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우리 정부가 북한의 이같은 산업구조의 변화를 고려해, 장기적으로 북한의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는 경제협력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연구위원은 “구체적으로 국제사회의 제재가 해제된 후에는 교역 상대국으로서 중국 이외의 대안이 필요함을 북한에 역설해야 하며, 이를 위해 IMF, World Bank 등 국제기구와의 협력을 통해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경제적 정상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가교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