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강대강 대치…예산안 '시간과의 싸움' 우려
by김정남 기자
2015.11.04 14:58:18
문재인 "국정화 원천무효"…원유철 "反민생 선전포고"
국회 예결특위 野 보이콧에 파행…與 단독 심사 시사
예결특위 일정 줄줄이 밀릴 가능성…''부실 심사'' 우려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여야의 ‘강(强)대강’ 대치에 여의도 정가의 긴장도가 극에 달하고 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4일 “국정교과서 불복종”을 천명하자, 곧바로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국론분열의 선전포고”라고 맞섰다.
여야가 정면 충돌하면서 정기국회 의사일정도 ‘올스톱’됐다. 특히 예산안 심사가 늦어지고 있는 게 문제다. 예산안은 다른 법안들과는 달리 ‘데드라인’이 정해져있다. 심사가 지연되면 ‘시간과의 싸움’이 불가피해진다는 얘기다. ‘부실’ ‘졸속’ 심사 우려도 그래서 나온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국정교과서는 한마디로 원천무효”라는 내용을 골자로 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문 대표는 “이제 국민들께서 나서 달라.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국민불복종 운동에 나서 권력의 오만과 불통에 ‘아니오’라고 말씀해 달라”면서 “저와 우리 당은 국정교과서를 반대하는 모든 세력을 모아내는 데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정교과서를 막기 위한 모든 법적·제도적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도 했다. △헌법소원 △역사국정교과서 금지법 제정 △입법 청원 서명운동 △전국 지역위원회별 대대적 거리홍보와 역사강좌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원유철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곧바로 대응 성격의 국회 정상화 촉구 기자회견을 통해 “문 대표의 담화는 한마디로 나라를 도탄으로 몰아가겠다는 반(反)민생 국론분열의 선전포고였다”고 비판했다.
원 원내대표는 “새정치연합이 아무리 무책임한 야당이라지만 19대국회가 5개월, 정기국회가 한 달 남은 시점에서 산적한 민생 현안을 무참히 내팽개칠 수 있는지 그 무책임함이 개탄스럽다”면서 “후진적 정치 선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회 정상화가 매우 시급한 상황”이라면서 “새정치연합이 있어야 할 곳은 차가운 길거리 농성장이 아니라 바로 국회”라고도 했다.
당 지도부간 싸움에 의사일정은 멈춰섰다. 국회 예산결산특위는 이날 오전 비(非)경제부처를 상대로 정책질의를 하려 했으나 야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정회됐다.
김재경 예결위원장은 “마음이 무겁고 안타까운 심정”이라면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과 청년 실업 등 어려운 경제환경 변화를 겪으며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예결위가 공전되는 모습을 보여드려 내년도 예산안에 관심이 많은 국민들에 송구스럽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야당의 조속한 복귀도 촉구했다. 그는 “조속히 회의장에 돌아와 예산안 심사에 동참해달라”면서 “그런 뜻을 야당 간사에게 확실하게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발끈했다. 여당 간사인 김성태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새누리당 홀로 예결위 회의를 열자는 뜻을 김재경 위원장에게 강하게 전달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은 책임을 새누리당에 돌렸다. 특히 예결위 파행의 원인인 국정화 예비비 자료 제출과 관련해 “정부가 예비비 사용계획명세서를 공개하는 건 헌법 절차에 부합한다”고 판단한 국회 입법조사처의 의견을 내세워 정부·여당을 압박했다.
자문을 의뢰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도종환 의원은 “정부는 예비비 사용계획서를 빨리 제출해 국회의 원활한 예산안 심사를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국회 예결위가 계속 공전하면 내실있는 예산안 심사도 그만큼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이번달 안에 예산안 심사를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다른 법안들처럼 19대국회 안에만 처리하면 되는 게 아니다.
특히 최근 경제부처와 비경제부처 정책질의가 진통을 겪으면서 오는 9일 예정된 예산안심사소위(옛 계수조정소위)도 연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소위 차원의 감액 심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막판 증액 심사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다만 ‘예산 챙기기’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국회의원 개개인의 이해관계와 직결돼있어, 야당의 보이콧을 지속하진 못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국회 한 관계자는 “예산안 심사를 미루면 정부원안이 바로 올라가기 때문에 결국 국회의원들만 손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