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부지 행복주택, 아이디어만 훌륭

by양희동 기자
2012.09.24 15:52:44

국내 사례 적고, 인공대지 조성비 천차만별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서민 주거 안정 대책 중 하나로 내놓은 ‘행복주택 프로젝트’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행복주택 프로젝트는 땅값이 싼 철도부지 상부에 인공대지를 조성해 이곳에 임대아파트와 기숙사, 역사, 상업시설 등을 건설하는 개념이다.

새누리당은 수도권 철도부지 55곳에 반값 임대주택 20만 가구를 건설하고 매년 2조4600억원(6년간 14조7000억원)씩 드는 건설비용을 국민주택기금에서 충당하겠다는 구상이다. 행복주택은 5~10년 뒤 분양 전환되는 공공임대주택과 달리 40년간 장기임대 후 리모델링해 재임대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총 14조7000억원에 달하는 행복주택 건설비용 산정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서울시가 신정지하차량기지 상부에 인공대지 16만5000㎡를 조성해 전용면적 33~44㎡ 임대아파트 3000여가구를 1995년 10월 준공한 사례가 유일하다. 서울시는 1990년 목동지구 한복판에 들어서는 신정차량기지의 전동차 소음 민원을 우려해 기지를 지하에 조성하면서, 상부의 토지이용률 극대화를 위해 임대주택인 ‘양천아파트’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준공 17년이 지난 현재 양천아파트의 정확한 인공대지 조성비나 건설비에 대한 자료는 남아 있지 않다.

SH공사 원가관리팀은 “서울에서 양천아파트를 제외하고는 철도부지에 인공대지를 조성해 주택을 건립한 사례가 없고 인공대지 조성비 자료도 남아 있지 않다”며 “인공대지는 토지 매입비가 들지 않기 때문에 조성비가 싸질 수는 있지만 각 부지마다 인공구조물 설치 여건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인 비용 산출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행복주택 공약은 지난해 7월 한국교통연구원이 발표한 ‘철도부지의 입체복합개발을 통한 도심 주거공간 조성’ 자료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다. 교통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철도부지는 2010년 기준으로 1억2300만㎡에 달하며 수도권에는 서울 692만㎡, 인천 236만㎡, 경기 198만㎡ 등 총 1126만㎡의 철도부지가 있다. 교통연구원은 자료에서 철도부지가 도심에 위치하면서 가격이 저렴하고 ‘역세권의 개발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신속하게 사업을 추진 할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교통연구원 자료에는 서울지역 국유철도 운행노선 중 신촌역, 영등포역, 이문차량기지, 망우역, 신도림역, 노량진역 등 6개 지역을 개발 가능한 지역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곳에 전용면적 73㎡ 아파트 3856가구와 33㎡ 도시형생활주택 2313가구, 1실 2인 기숙사(23㎡) 8097실 등 총 1만4000여가구 정도의 주택을 지을 수 있다는 구상이다. 이는 새누리당이 내년 하반기부터 시범적으로 철도부지 5곳에 임대주택과 기숙사 등 행복주택 1만 가구를 착공하겠다는 계획과 대부분 일치한다.

전문가들은 새누리당의 행복주택 건설안에 대해 아이디어 차원에선 공감하지만, 모든 철도부지를 대상으로 적용하기는 어려워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김종민 세종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인공대지 조성이란 개념은 일반적으로 간척사업으로 얻어지는 토지에 쓰는 용어인데 철도부지에 적용된 예는 거의 없다”며 “철도부지의 지반 상태에 따라 인공대지 조성비도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고 지반이 약하거나 상부에 시설물이 많을 경우 비용부담이 커지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교통연구원이 작년 7월 철도부지 활용안으로 제시한 ‘가좌역 선로상부 주거공간’ 조성 조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