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좌동욱 기자
2010.03.03 18:39:35
산업은행 FI에 수정안 제시..대우건설 주주 지위 보장
팬지아데카 입장 최대 `관건`..미래에셋맵스는 긍정적
[이데일리 좌동욱 기자]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던 산업은행과 대우건설 재무적투자자(FI)간 주식 매각 협상이 타결될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다.
산업은행은 3일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타협안을 제시했고, 그간 산업은행의 안(案)에 강하게 반대해왔던 FI들도 이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호산업(002990)이 법정관리(법원 회생절차)를 신청하게 되는 최악의 위기국면은 넘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산업은행이 3일 FI들에게 제시한 수정안의 핵심은 FI들의 대우건설 주주 자격을 보장하는 길을 열어주겠다는 것이다.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인수목적으로 조성할 PEF(사모투자펀드)에 FI들이 보유한 대우건설 주식을 주당 1만8000원으로 계산, 현물출자하거나 기존 산업은행 안대로 PEF에 대우건설 주식을 1만8000원에 팔 수 있는 두가지 선택권을 부여했다.
또 FI들은 투자자들의 요구에 따라 일부 주식은 현물출자하고 일부는 PEF에 매각할 수도 있다.
FI 관계자는 "FI 내부적으로 투자자들의 요구가 각각 달라 문제가 됐던 점을 해결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핵심쟁점 중 하나였던 대한통운 문제도 해소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출자전환 후 금호산업 주요 주주가 될 FI들은 그간 수익률 제고를 위해 대한통운 경영권을 아시아나항공을 지배하는 금호산업 계열로 유지할 것을 요구해왔다. FI들이 대우건설 주주로 남게 되면 앞으로 대한통운 경영권이 대우건설로 넘어가든 아시아나항공으로 넘어가든 기업가치 제고에 따른 이익을 공유할 수 있게 된다.
FI들의 불만사항이었던 풋백옵션 채무 중 이자 처리 방안도 개선된 안이 나왔다.
금호그룹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 기간 중 신규 지원된 자금에 손실이 발생하면 손실을 분담한다는 손실보장 약정을 체결하면 이자도 원금과 같이 채권단과 동일하게 대우해준다는 방안이다. 약정을 체결하지 않으면 기존 안대로 이자 부분은 채권단과 1.7대 1비율로 차등대우를 받는다.
산업은행으로서도 대우건설 인수를 위해 2조9000억원에 이르는 PEF 투자자를 모집해야 할 부담을 덜 수 있게 된다.
그간 산업은행의 풋백옵션 처리방안에 반대해왔던 FI들은 수정안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다.
투자원금이 6000억원으로 FI들중 풋백옵션채권 규모가 가장 큰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은 산업은행안을 수용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하고 투자자들을 설득하고 있다.
산업은행안을 가장 강하게 반대했던 팬지아데카도 투자자를 설득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에 정통한 관계자는 "팬지아데카도 종전의 강경했던 반대 입장이 누그러졌다"며 "산업은행에서 더 이상 얻을 것이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진동수 금융위원장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몇몇 FI들이 판을 깨도 좋다는 식으로 가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한다"면서도 "FI들과 채권단이 충분히 대화를 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 윈윈할 수 있도록 협상이 진행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후자에 발언의 방점이 찍혀있다"고 말했다.
다만 팬지아데카의 경우 선순위 - 중순위 - 후순위 채권자로 투자자가 복잡하게 구성돼 있어 투자원금을 전혀 건질 수 없는 후순위 투자자들까지 산업은행안에 동의할 수 있을 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특히 팬지아데카의 경우 기업구조조정촉진법 적용을 받지 않는 회사로 분류돼, 해외 투자자들을 설득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관계자는 "금호산업이 법정관리로 갈 지 워크아웃으로 갈 지 여부는 전적으로 팬지아데카의 입장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