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병수 기자
2003.05.13 16:32:16
[edaily 김병수기자] SK그룹 문제에 대한 논란이 많습니다. 실사보고서가 아직 나오지 않았으니 말이 많은 건 당연하겠죠. 여기에 일부 억측이 뒤섞이다 보니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최근 각 신문의 지면을 차지한 뉴스 중 국내 일부 은행들이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의 룰을 어기고 여신을 회수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한편에선 SK그룹의 한 계열사에 대한 지원이 논의되고 있군요. 김병수 기자가 ‘SK 일병 구하기’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SK글로벌 문제가 터지면서 `SK`라는 이름은 국내·외 금융시장의 핵심으로 떠올랐습니다. SK와 연관된 이름으로 시장에서 `돈 꾸기`란 사실상 불가능해진 거죠. 문제가 있다고 터졌는데, 돈을 빌려 줄 사람은 아마 없겠죠? 당연히 자금흐름의 방향성은 `일단 회수`에 맞춰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은 나름의 역할을 합니다. 이 법의 실효성 논란은 여전하지만 천둥 번개가 동반된 소나기는 일단 피하는 게 상책이라는 말도 있듯이, 일단 충격을 피하고 한걸음 뒤에서 냉정을 되찾자는 의미에서는 말입니다.
여러분도 최근 신문지상을 채운 몇몇 은행들의 SK글로벌 자금회수에 대한 기사를 보셨을 겁니다. 이걸 가지고 구촉법 위반이네, 아니네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너무나 간단합니다. 국내 법적으로는 당연히 `위반`이죠.
그런데, 만약 SK글로벌이 회생가능성이 없다면 먼저 회수한 은행에 돌을 던질 수야 있겠습니까? `빚 잔치`가 확실하다면, 구촉법으로 일단 소나기를 피하듯이 먼저 책상 하나라도 들고 나오는 사람이 현명한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래서 문제는 참 간단치 않군요. 더욱이 SK글로벌 문제가 이 회사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면, 더욱 그렇겠죠. 한쪽에선 책상 하나라도 먼저 건지려고 아우성인 반면, 한쪽에선 살릴 건 살리자고 백방으로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일명 `SK 일병 구하기`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SKC inc`라는 회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다만, 여러 채권은행 분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현재보다는 미래에 관심이 많은 회사인 것만은 맞는 것 같습니다. 이 회사에 대한 평가기관들의 자료를 보더라도 비슷합니다.
아시다시피 SKC는 폴리에스터 필름을 생산하는 회사입니다. 이 회사가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 현지에 세운 회사가 SKC inc 입니다. 그 동안 대규모 설비투자 등으로 적자를 면하지는 못했으나 작년부터는 영업이익이 나기 시작하고 있군요. 미국 현지의 반응도 좋아 상당한 규모의 공장 부지를 거의 무상으로 공급받기도 했습니다.
대규모 설비투자가 동반된 이 회사가 이제 막 영업이익을 내기 시작하는데, SK글로벌 문제로 모든 `금융`이 멈췄습니다. 사실 금융이 멈추면 제 아무리 여유가 있는 회사도 정상적으로 운영되기는 힘듭니다. 금융이 돌아가야 회사도 운영될 수 있는 거죠.
SK글로벌 문제는 아직 분명한 해결의 가닥을 잡지는 못했습니다. 순서는 부실규모를 확정하고, 회생 가능성이 있는 지를 채권단이 판단하고, 회생 가능성이 있다면 지원하고, 가능성이 없다면 그에 맞는 절차에 따라 처리될 겁니다. 이 과정에서 SK그룹 전반에 미칠 파장도 고려 되겠죠.
대부분의 관계자들은 이 시점을 6월말께로 보고 있습니다. 구촉법에 따른 채권행사 유예가 6월 중순 끝나고 이 때까지는 채권단이 의사결정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모든 계열사들이 그때까지 마냥 기다릴 순 없죠. 각 계열사의 자금 스케줄이 다르니 말입니다. 그래서 SK글로벌 처리 방침과는 별도로 계열사에 대한 점검과 판단도 현 시점에선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서 얘기했듯 이미 SK그룹 채권은행들의 행태는 좌충우돌입니다. 나름대로의 의사결정에 따른 결과겠지만, 온갖 잡음이 끊이질 않습니다. 회생 가능성이 있다, 없다 판단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특정 계열사에 대한 지원은 구설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관련 은행이 얼마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했는지에 달려있다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제가 조심스러운 건 이 같은 이유입니다. 현재 채권단과 SK그룹간에 벌어지는 각종 설전은 하나의 게임에 가깝습니다. 소나기를 맞더라도 조금은 덜 맞고 싶은 거죠. 보통 위기의 시대에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게 됩니다. `공멸`이라는 리스크 때문이죠. 채권단도 `商道`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