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간 초월 글램 록으로 건네는 묵직한 위로…뮤지컬 '이터니티'
by김현식 기자
2024.09.27 14:10:00
[이데일리 김현식 기자] 비디오아트를 활용해 우주 공간처럼 꾸민 신비로운 분위기의 무대. 1960년대와 2024년을 살아가는 두 명의 뮤지션이 격정적이면서도 애틋하고 감각적인 록 사운드에 맞춰 시공간을 초월한 감동의 무대를 선보인다. 26일 대학로 예스24아트원 1관에서 공연한 뮤지컬 ‘이터니티’에서 펼쳐진 장면이다.
‘이터니티’는 1960년대를 살아가는 뮤지션 블루닷과 그를 동경하는 현 시대의 신인 뮤지션 카이퍼이 이야기를 함께 펼쳐내는 창작 초연작이다. 서로 다른 시공간에 있는 블루닷과 카이퍼를 잇는 매개물은 록의 하위 장르인 글램 록(Glam rock). 로큰롤, 사이키델릭 록, 하드록 사이 어디 쯤에 있는 음악에 맞춰 화려한 의상과 헤어스타일, 과장된 화장 등으로 시각적 효과를 강조한 무대를 선보이는 것이 특징인 장르다.
극중 블루닷은 ‘글램 록의 창시자’로 통하는 고(故) 데이비드 보위를 연상케 하는 인물. 세계적인 인기와 영향력을 자랑하다가 전성기가 빠르게 끝난 이후부터 고통과 고독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블루닷은 우주에 보낼 레코드판에 자신의 음악을 싣겠다고 선언한 뒤 창작의 고뇌와 글램 록을 향한 조롱, 편견과 싸우며 힘겨운 나날을 보낸다.
그런 그가 써낸 음악은 시공간을 훌쩍 뛰어넘어 카이퍼의 마음에 닿아있다. 블루닷이 벼랑 끝에 내몰린 채 외로움에 시달리며 만들어낸 음악이 수십 년 후 카이퍼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음악이 된다는 점이 울림이 있는 감상 포인트다.
블루닷과 카이퍼를 연기하는 두 배우는 각자의 시공간에서 서로 다른 몸짓을 펼치고, 전자 첼로와 전자 바이올린을 포함한 6인조 라이브 밴드의 생생한 연주에 맞춰 따로 또 같이 노래하며 관객을 ‘이터니티’만의 독자적 세계관으로 초대한다. 가발을 벗고 쓰고 화장을 지우고 고치며 무대 위 화려한 모습부터 홀로 심연에 빠져 좌절하는 모습까지 다채로운 감정 연기를 펼쳐내 극에 빠져들게 한다. 메탈 건반을 스타일러스 펜으로 연주하는 ‘스타일로폰’을 연주하며 노래하는 장면은 글램 록 소재 뮤지컬의 재미를 배가한다.
토크쇼 MC, 신예 인기 뮤지션, 클럽 사장, 매니저 등으로 연이어 변신해 블루닷과 카이퍼 곁에 항상 머물러 있는 머머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신비로운 존재로 등장해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블루닷, 카이퍼, 머머를 연기하는 단 세 명의 배우가 연기와 노래를 연달아 선보이며 100분간 극을 끌어간다. ‘글램 록’을 소재로 한 심오하면서도 묵직한 이야기와 신선한 전개 방식, 서정성을 적절히 가미한 음악으로 각자의 우주를 만들어내며 살아가는 관객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창작뮤지컬 ‘더데빌’, ‘호프: 읽히지 않은 책과 잃히지 않은 인생’, ‘그림자를 판 사나이’ 등을 제작한 ㈜알앤디웍스의 신작이다. 연출은 ‘호프: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 ‘록키호러쇼’, ‘킹아더’, 창작 가무극 ‘꾿빠이, 이상’ 등의 오루피나 연출이 맡았다. 극작은 ‘아랑가’, ‘룰렛’ 등의 김가람 작가가 담당했고, 음악은 ‘마마, 돈크라이’, ‘트레이스 유’, ‘모래시계’ 등의 박정아 작곡가가 책임졌다. 안무 담당은 ‘이블데드’, ‘그레이트 코멧’, ‘그림자를 판 사나이’, ‘록키호러쇼’ 등의 채현원 안무가다.
지난 19일 개막한 신작으로 12월 8일까지 공연한다. 블루닷 역은 변희상, 김준영, 현석준이 번갈아 연기한다. 카이퍼 역은 이봉준, 조민호, 김우성이 맡는다. 머머 역으로는 김보현, 박유덕, 박상준이 무대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