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지온, 유데나필 'FUEL2' 임상 9월 전 투약...이번엔 승인?

by김승권 기자
2023.07.03 15:13:44

환자 모집 기준 확대하며 빠른 임상 기대
P값도 0.1 이내에만 들어오면 품목 허가

[이데일리 김승권 기자] 회사의 명운을 가를 메지온(140410)의 심장 기형 수술 부작용 치료제(폰탄 치료제) ‘유데나필’ 2차 임상 3상(FUEL2)에 대한 상세 계획이 나왔다.

메지온은 현재 환자 모집을 진행 중이며 늦어도 9월부터는 환자들에게 유데나필을 투약할 예정이다. 메지온 입장에서는 성공해야만 하는 중요한 임상 시험이다. 이 때문에 임상 디테일에서도 각별히 신경을 쓴 것으로 보인다.

30일 미국국립보건원(NIH) 임상시험정보사이트 ‘클리니컬트라이얼즈’에 따르면 메지온은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된 폰탄치료제 유데나필 2차 임상 3상을 9월부터 진행한다. 예상 첫 번째 환자 방문일을 2023년 9월 20일이며 마지막 환자 2차 방문일은 2025년 10월 28일이다. 다만 해당 기간은 FDA의 요구로 보수적으로 잡은 기간이기 때문에 더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

메지온 관계자는 “크리니컬트라이얼즈에 설정한 임상 일정은 다소 보수적으로 기재한 부분이 있다”며 “이보다 더 일정이 당겨진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유데나필은 선천적으로 심장 내 심실이 하나뿐인 단심실증 환자가 폰탄 수술을 받은 후 사용하는 치료제다. 희귀 질환인 단심실증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폰탄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이후 운동능력 저하 등 합병증을 앓게 된다. 유데나필은 혈관 확장 기전으로 폰탄 수술받은 환자들의 부작용을 줄이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유데나필은 생체 내 동맥 확장 및 유지 기능을 하는 성분인 ‘cGMP’(Cyclic guanosine monophosphate)를 분해, 본래의 이완된 혈관 상태로 전환하는 효소(단백질)인 ‘PDE5’의 활성을 억제함으로써 동맥 확장 및 유지를 유도한다. 해당 약물이 혈관을 확장하고, 혈액 흐름을 개선해 합병증을 치료하는 방식인 것이다.

유데나필의 FDA 도전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3월 FDA로부터 ‘슈퍼 폰탄(최고 산소섭취량, 정상인 80% 수준)’을 제외한 환자 군에 대한 새로운 분석 내용은 ‘사후 분석’이라 규정상 승인 여부를 판단하는 근거로 사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이에 이번 임상 디자인에서는 여러 변화를 뒀다. 슈퍼 폰탄 환자들을 제외한 추가 임상은 지표 설정도 Max VO2로 단순화하고, 환자들의 모집은 대형 병원 몇 곳으로 집중하기로 했다. 데이터 집계 및 분석도 조금 더 빠르게 진행해 소요 시간을 단축한다.

크리니컬트라이얼즈에 업로드된 메지온 유데나필 2차 임상3상 계획 (사진=미국국립보건원 사이트 갈무리)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전 임상과 크게 차이를 보이는 지점은 환자 모집 기준이다. 전체적으로 환자 모집 기준이 넓어졌다. 먼저 체중 기준을 삭제했다. 이전 환자 모집 기준인 40kg 에서 체중과 관계없이 모집을 시작한 것이다. 실제 미국 BMI 데이터를 보면 평균 나이 21세 폰탄 환자의 평균 체중은 67kg 전후다. 해당 내용 때문에 이전에 환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풀이된다.



1차 평가 지표에서 중요하게 평가됐던 26주차의 최고 산소 소비량(Max VO2) 변화치도 바꿨다. 1차 때는 VO2 50% 미만 환자를 제외했지만 2차 때는 Max VO2 (45%~80%) 환자를 적용했다. 이는 너무 활동력이 떨어지거나 높으면 표준편차에 영향을 많이 주기 때문에 뺀 것으로 해석된다. 메지온 한 소액주주는 “이런 변화가 이번에는 꼭 성공하겠다는 회사의 의지를 내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지온 관계자는 “크리니컬트라이얼즈에 해당 두 가지 지표가 변화되어 올라간 부분은 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 지표가 핵심 지표인지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답변을 유보했다.

또한 회사 측은 이번 추가 임상이 ‘3b상’ 개념의 ‘또 다른 임상’이 아닌 ‘비슷한 방식의 임상을 다시하는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메지온 관계자는 “이번 임상은 ‘3b상’이 아니라 ‘추가 임상 개념의 FUEL2’”라고 설명했다.

유데나필은 사실 다른 적응증으로 한 차례 검증된 물질이다. 유데나필은 동아제약이 개발한 국산 10호 신약으로 국내에서는 발기부전치료제인 ‘자이데나’라는 이름으로 등록됐다. 유데나필 권리는 동아쏘시오그룹 계열사인 동아팜텍이 가졌다. 이후 동아팜텍은 2013년 기업명을 메지온으로 변경했고 동아 계열사에서 분리됐다. 메지온은 유데나필을 폰탄수술 관련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메지온 주가 추이 (사진=네이버 증권 갈무리)


한 차례 FDA 신약 승인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이번엔 승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유데나필 1차 3상 임상시험에선 단심실증 소아환자·여성 등에 대한 안전성 부재로 다양한 검사를 수행해야 했다. 하지만 2차 3상에선 검사 절차가 대폭 축소됐다. 유데나필 1차 임상 3상 결과에 더해 4년간 추적관찰에서 이상징후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이 인정돼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번 임상에서는 FDA의 P값(통계적 유의성 확보, p-value) 기준이 낮아진 것이다. 통상 치료제 임상에선 p값 0.05 이내 결과만 치료제가 위약 대비 효능이 있다고 판단해 임상 성공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이번 유데나필 추가임상의 경우 0.1 이내에만 들어오면 품목 허가를 해주기로 했다. 앞서 지난 유데나필 1차 임상3상 p값은 0.09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승인된다면 시장성은 상당하다. 35세의 폰탄환자는 정상적인 생리를 가진 75세와 같은 사망률을 가지고 있지만, 현재까지 승인된 의약품이 없는 실정이다. 미국 폰탄 시장 규모는 약 25억달러(2조8580억원)로 추정되며 희귀의약품인 만큼 출시 후 빠른 침투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승인만 된다면 포텐셜을 상당한 약품”이라며 “미국에서는 신약 승인 이후 보험사와의 협의 결과가 수익성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현 교보증권 연구원 또한 2021년 하반기 메지온 실사 직후 긍정적인 리포트를 내놨다. 해당 리포트가 메지온에 대한 마지막 리포트다. 그는 “승인 이후 관건은 치료제가 해당 보험사에 리스트업 되는 지 여부와 치료제의 가격 책정”이라며 “여기서 약물이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되어 있거나 ‘First-In-Class’ 약물의 경우 상대적으로 더 높은 협상력을 보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