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이 나서라" 커지는 미얀마 개입 요구 목소리…美中 안보리서 맞붙나
by이준기 기자
2021.03.28 20:22:35
유엔군 투입 등 "국제사회 개입" 목소리 커져
韓美日 등 12개국 軍 "군은 국민 보호해야" 성명
중·러 반대 땐 무용지물…미·중 기 싸움 불가피
[이데일리 이준기 이윤화 기자] 미얀마가 미국·중국 간 힘겨루기의 장(場)이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미얀마 내 ‘군경 대(對) 민주진영·소수민족 무장반군 연합’ 구도의 내전 양상이 뚜렷해지면서 더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차원의 행동을 미뤄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국제사회를 중심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경제 제재이든, 군사력 동원이든, 유엔을 움직이려면 만장일치제인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벽을 넘어야 하는 만큼 군부에 적대적인 미국을 위시한 서방과 군부에 우호적인 중국·러시아 간 ‘기 싸움’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얀마 군(軍)의 날인 27일(현지시간) 하루에만 40여 개 도시에서 100명이 넘은 희생자가 나왔다. 지금까지 사망자는 500명에 육박한다. 특히 희생자 중에 어린이들이 여럿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제사회에서 군경의 유혈 진압을 비난하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 민족동맹(NLD) 소속 총선 당선자들의 모임인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는 샨족복원협의회(RCSS)·카렌민족연합(KNU) 등 소수민족 무장반군과 연합에 이른바 ‘내전’에 나설 공산이 크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미얀마가 아프리카 일부 국가처럼 난민이 쏟아져 나오는 전쟁터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유엔으로선 행동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이날 톰 앤드루스 유엔 미얀마 인권특별 보고관은 “전 세계가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문제는 유엔의 대응 강도는 미·중 간 ‘합의’로 이뤄진다는 데 있다. 예컨대 미국이 경제 제재는 물론 군사력 동원에 나서야 한다고 판단하더라도, 상임이사국인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사실상 불가능하다.
서방은 “우리는 버마(미얀마) 보안군이 자행한 유혈 사태에 충격을 받았다”(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이 분별없는 폭력을 종식하기 위해 국제사회 동반자들과 협력하겠다”(도미니크 라브 영국 외무장관) 등의 발언에서 보듯, 행동에 나설 것임을 강력하게 시사했다. 미군과 동맹인 한국·일본·호주 등 12개국 군이 공동성명을 통해 “미얀마 군부와 경찰의 비무장 시민에 대한 치명적 무력 사용을 비난한다”며 “전문 군대는 행동에 대한 국제 표준을 준수하고 국민을 해치지 않고 보호할 책임이 있다”고 강경 발언을 쏟아낸 점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 중국·러시아는 침묵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서방은 미얀마 군부를 향해 제재를 가하고 있으나 우방국이자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러시아가 거부권을 이용해 유엔의 조치를 저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미얀마 군부 역시 이 같은 역학관계를 모를 리 없다. 군부는 군의 날 열병식에 우호국인 8개국의 외교사절단을 초청했다. 사절단을 파견한 국가는 러시아·중국 외에 인도·파키스탄·방글라데시·베트남·라오스·태국 등 인접국이다. 미얀마 군부가 유엔 차원의 제재를 막기 위해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