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공시가]종부세 주택 21만호 폭증…1주택자도 ‘비명’(종합)

by김미영 기자
2021.03.15 12:12:53

국토부,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안 발표
전국 19.08%, 서울 19.91%, 세종 70.68% ↑
공시가 30억 한 채 가져도 보유세 1000만원 ↑
“시세 낮춘 매물 나올 것…세입자 세부담 전가 우려”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올해 전국 아파트 공시가격이 20% 가까이 오른다.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인 공시가 9억원 이상 아파트가 작년보다 70% 폭증하고, 1주택 실소유자도 보유세가 크게 오를 전망이다.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투기 의혹으로 정부 부동산정책에 대한 신뢰가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세부담 증가로 인한 민심이반이 더 커지리란 관측이 나온다.

국토교통부가 15일 발표한 ‘2021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을 보면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지난해에 비해 19.08% 오른다. 작년 5.98%, 재작년 5.23% 등에 비하면 깜짝 놀랄 상승분으로, 2007년(22.7%) 이후 역대 두 번째로 상승률 폭이 크다.

지역별로 보면 지난해 천도론 등에 싸이면서 집값이 크게 뛴 세종시가 70.68% 오른다. 이어 경기 23.96%, 대전 20.57%, 서울 19.91%, 부산 19.67% 등이었다. 제주는 1.72%로 전국에서 상승률이 가장 낮았다. 전남 4.49%, 광주 4.76%, 강원 5.18%, 경북 6.30% 등도 상승률이 한 자릿수다.

서울만 놓고 보면 강남권보다 강북권에서 더 크게 오른다. 강남권에선 강동구(27.25%)가 평균을 훨씬 웃돌았고, 송파구 19.22%, 강남구 13.96%, 서초구 13.53% 등이었다. 강북권에선 노원구는 34.66%, 동대문구 26.81%, 도봉구 26.19% 등을 기록했다.

공시가격의 중위값은 전국 1억6000만원으로, 지역별로는 세종시가 유일하게 4억2300만원으로 4억원대를 돌파했다. 서울은 3억8000만원, 경기 2억800만원 등이다. 서울은 공동주택 가격공시를 실시한 2006년 이후 처음으로 1위 자리를 내줬다.

올해 공시가가 급등하면서 보유세 부담도 늘어난다. 먼저 종부세 대상이 되는 공시가격 9억원 초과 주택은 전국 52만4620호(전체의 3.7%)다. 종부세 대상 주택은 2019년 21만8124가구에서 작년 30만9361가구로 늘은 데 이어 올해 또 한 번 급증한다. 서울의 경우 전체 공동주택의 16.0%인 41만3000호가 종부세 부과 대상이다.

국토부 시뮬레이션을 보면 집값이 비쌀수록 세부담 증가가 크다. 올해 시세 10억원, 공시가격 7억원인 아파트의 보유세는 작년 123만원에서 올해 160만원으로 오른다. 시세 21억4000만원, 공시가격 15억원인 아파트는 작년 520만원에서 745만원으로 200만원 넘게 뛴다. 시세 38억5000만원, 공시가격 30억원인 아파트 한 채 보유자라면 작년 2443만원에서 올해 3360만원으로 1000만원 가까이 더 내야 한다.



정부는 공시가격 6억원 아파트 한 채만 가진 사람이면 작년보다 재산세 부담이 줄어든단 점을 강조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시가격 6억원 이하 1주택자는 세율 인하효과가 공시가격 상승으로 인한 재산세 증가효과보다 커서 전년 대비 재산세 부담액이 감소한다”고 했다. 국토부 시뮬레이션을 보면 서울 관악구의 한 아파트는 지난해 공시가 4억9700만원에 재산세 105만원이었지만, 올해는 공시가 5억9200만원에 재산세가 94만2000원이다.

공동주택 중 재산세 특례세율이 적용되는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주택은 전체의 92.1%인 1308만8000호, 서울은 70.6%인 182만5000호가 해당한다.

서울 시내 아파트(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은 공시가 급등이 몰고 올 세부담 증가에 일부 다주택자들은 올해 집을 처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시장 안정화가 이뤄질 만큼 매물이 쏟아질 것으로 봤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시세보다 조금 낮춘 매물들이 더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한동안 매수자 쪽으로 힘이 실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세부담을 못 이기면 내놓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면서 “매물을 내놓으려면 진작 내놨다. 조세부담이 세입자한테 전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LH 직원들의 땅투기 의혹으로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한 여론이 악화된 상황에서 세부담 인상 예고는 민심이반을 가속화하리란 관측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집 한 채 가진 실수요자도 세금이 오르니 서울시장선거에서 여당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이의 신청을 받기 시작하면 민원도 상당히 제기되리라 본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공시가격안은 1월 1일 기준이다. 오는 16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소유자와 지자체 등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진행한다. 이어 29일부터 5월28일까지 한 달간 이의신청 접수를 받고, 재조사·검토과정을 거쳐 6월말 조정·공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