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순용 기자
2020.02.19 11:03:26
매달 한 끼 식사가격인 3500원 기부…지난해 교직원 300여명 참여해 저소득가정 도와
한 끼 나눔으로 부담 줄고 의미 커져…기부문화 확산 위한 다양한 방법 고민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이정환(가명·50)씨는 지난해 11월 요관결석으로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에서 입원치료 중 결절성경화증이라는 희귀난치성질환을 진단 받았다. 결절성경화증은 중추신경계 및 다양한 신체부위를 침범해 증상을 일으키는 질환으로 주로 정신지연, 간질, 피부병변, 뇌병변 및 뇌종양이 나타난다.
이로 인해 그는 일을 할 수 없게 됐고, 초등학생 딸 또한 장애로 치료 받는 상황에서 아내의 소득만으로 병원비를 마련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다행히 보건소의 ‘희귀난치질환 의료비지원’으로 고액의 의료비 중 일부는 지원을 받았으나 비급여진료비는 지원이 되지 않아 치료를 지속할 경우 생계까지 위협을 받게 되는 상황이었다.
딱한 사정을 알게 된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은 교직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따뜻한 한 끼 나눔 기금’으로 이 씨에게 100만원의 의료비를 지원했다. 또 사랑의 물품 나누기 행사를 통해 생필품까지도 전달했다. 의료비 지원으로 그는 급한 치료를 마치고 위기를 넘겼으며, 현재까지 꾸준히 추적검사를 받고 있다.
그는 “치료비를 마련할 방법은 없고 가족들을 생각하면 치료를 포기할 수도 없는 상황 때문에 크게 낙심하고 있던 중 치료비를 지원 받을 수 있다는 기쁜 소식을 듣게 됐다”며 “병원 교직원들이 치료비를 모아 주었다는 말에 한분 한분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지원은 교직원들의 ‘한 끼 식사’ 기부를 통해 이뤄졌다.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은 2013년 개원 이래로 ‘사나래봉사단 따뜻한 한 끼 나눔 후원회’를 운영하며 지역사회의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따뜻한 한 끼 나눔’이라는 테마는 후원회 설립 당시 교직원들의 병원 한 끼 식사금액인 3500원을 기부한다는 의미로 만들어졌다. 밥 한 끼를 기부한다는 이름 때문에 많은 교직원들이 부담 없이 기부에 참여하고 있다.
한 끼 나눔에 참여하고 있는 한 교직원은 “저에게는 매일 먹는 한 끼에 불과하지만 다른 이에게는 절실한 도움이 되고 큰 희망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한 끼 나눔의 의미가 더욱 크게 느껴진다”며 “매년 한 끼 나눔에 참여하고 있는데 후원금이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300여명의 교직원들이 한 끼 나눔에 참여해 2500만원이 넘는 기부금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됐다. 이 씨처럼 질병과 장애로 위기를 겪거나 저소득 장애인 가정, 독거노인, 조손 가정, 한부모 가정 등 총 320가정에 생필품 등 사랑의 물품을 전달했고, 15명의 환자들이 의료비를 지원받아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다. 2013년 개원 때부터 실시한 한 끼 나눔으로 2020년 현재까지 1억5000만원이 전달됐다.
사나래봉사단장인 흉부외과 이희성 교수는 “건강은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부분이지만 경제적 문제로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포기하는 안타까운 경우가 많다”며 “큰 돈은 아니지만 교직원들이 부담 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정기적인 기부를 실천하는 문화를 장려하고자 한 끼 나눔 후원회를 운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경기불황으로 전국적으로 기부자가 줄고 있다고 들었는데 다양한 테마와 방법을 통해 기부문화를 확산하여 우리 사회가 좀 더 따뜻해지는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